[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와의 통합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유 전 대표를 비롯해 바른미래당에 흩어진 보수 진영 인사들과의 통합 없이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통합의 대상은 유 전 대표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유 전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통합 대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한국당 의원들이 독일에 머물고 있는 안 전 대표를 직접 찾아가 함께 활동하자고 설득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말대로 '셋'(한국당·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으로 나뉘어 있는 보수 진영의 통합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8.06 kilroy023@newspim.com |
◆나경원 "유승민, 서울서 출마해주면 얼마나 좋겠나"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 전 대표와의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에서의 선거 승리 대책을 묻는 질문에 "예컨대 유승민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냐"며 "유 의원 좀 (우리 당에) 오라고 (언론이 얘기)하라. 와서 수도권 선거 좀 (한국당과) 같이 하라고 하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유승민과의 통합을) 안하면 우리당은 미래가 없다. (총선 승리에) 보수 통합이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나"며 "전부 결집해야 한다. (유승민과의 통합에도) 당연히 역할을 하겠다"고 유 전 대표와의 통합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진영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과의 통합론도 활발하게 제기된다.
문제는 '어떻게' 통합할 것이냐다. 기존에 한국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 전 바른미래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당대당 통합이 불가능하다.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 당권을 놓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데다 당 내부가 이미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승민 전 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 의원들과의 통합 이야기가 나오는 것.
다만 아직까지 유 전 대표와 한국당 의원들 간의 관계가 매끄럽지는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던 점, 바른정당 창당 후 일부 의원들이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과정에서 유 전 대표가 보여준 리더십 등으로 인해 유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가 높지는 않은 것.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략적인 통합은 차치하고 개별 의원들끼리의 관계를 보면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으로 들어가기도, 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환영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같이 싸우기는 했어도 남아있던 앙금까지 다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지난 5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서고 있다. 2019.05.08 yooksa@newspim.com |
◆안철수에도 '러브콜' 보내는 한국당…총선전 보수대통합 추진하나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통합하려는 대상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있다. 실제 나경원 원내대표도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대표까지 통합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언급을 했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13 지방선거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접고 독일에서 체류하며 국내 정치권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안 전 대표측 한 측근 인사는 "한국당 의원들이 안 전 대표가 독일에 머물러 있는 동안 자주 찾아간 것으로 안다"면서 "가서 함께 활동하자는 설득을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안 전 대표는 독일 비자가 만료되는 8월 말~9월께 한국으로 귀국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에 귀국하면 내년 총선에 앞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선 안 전 대표 측근은 "이번에 귀국하시는 것은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닌 걸로 안다"며 "이미 독일에서 국내 정치에 대한 구상은 어느 정도 마쳤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들어와서 정치 활동을 시작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보수통합의 관건은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어떻게 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해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인근의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차랑에 탑승하고 있다. 2018.07.12 leehs@newspim.com |
안 전 대표 귀국 이후 유승민 전 대표, 손학규 대표와 대승적 합의를 이뤄내 셋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바른미래당을 재건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재건이 어렵다면 안 전 대표는 유 전 대표와 손잡고 또 다른 중도보수 정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새로운 정당에 영향력 있는 보수 인사들이 들어와줘야 한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 등 원외에 있으면서 무소속인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함께 해줘야 탄력을 받는다.
거물급 영입이 어렵다면 안·유 전 대표가 한국당에 들어와 선거를 치르는 경우의 수도 있다.
결국 보수 통합 작업 역시 안 전 대표의 귀국과 더불어 바른미래당 내 갈등이 진화돼야 구체적으로 현실화 될 수 있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한편 한국당은 최근 총선을 8개월 앞두고 보수대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6일 경북 영천의 한 복숭아농가를 방문해 일손돕기에 나섰던 황교안 대표는 "자유우파가 셋으로 나뉘어 있다보니 (선거에서) 졌다"면서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할 때"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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