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최종 결정권자의 입맛에 맞춰 ′좌지우지'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이미 '거수기'로 전락해 정책 감시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주정심의 구성이나 회의 결과는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져 어떤 기준을 근거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거나 혹은 시행하지 않는지 검증할 길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정심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의 분양가상한제 개선방안에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를 준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지난 12일 국토부가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는 국토부 산하 주정심에서 결정한다. 주정심은 분양가상한제를 비롯해 공공택지개발,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부동산정책에서 중요한 결정권을 갖는 의결기구다. 국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모두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당연직 위원이 13명, 민간 위촉직 위원이 11명이다.
이들은 정부가 정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요건을 충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지 결정하게 된다. 해당 요건을 모두 충족했더라도 주정심에서 부동산시장 과열 확산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면 상한제를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요건을 충족해도 반드시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부동산시장 과열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주정심의 판단에 따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전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시행 요건을 충족했는데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은 부동산시장 과열 우려가 없다며 시행을 보류하고 강남3구만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주정심에서 '종합적인 시장상황'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검증하기도 어렵다. 주정심 민간 위촉직 위원 11명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데다 회의 결과도 공개되지 않는다. 이문기 실장은 "지금까지 주정심 회의 결과가 외부에 공개된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애초 주정심이 거수기로 전락해 결정권자의 입맛에 따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13차례 주정심이 열렸는데 이 중 실제 회의가 열린 건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 12번은 모두 서면 의결로 대체됐다. 이 중에서도 원안이 수정되거나 부결된 건은 한 건도 없이 모두 원안 가결됐다.
주정심 운영세칙에 따르면 서면의결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같은 중대한 사안도 모두 서면으로 심사가 끝났다. 실제 회의를 연 안건은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계획안 한 건이다. 주정심 회의는 또 주기적으로 열리지 않고 위원장이 필요로 하는 경우 수시로 열 수 있다.
김현아 의원은 "형식적 거수기에 불과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장관의 오만과 독선 앞에 무용지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주정심은 사실상 정부 정책에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주정심 회의를 정례화, 시스템화하고 회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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