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 모체 임시의정원(臨時議政院)이 수립된 지 올해로 100년입니다. 국회는 지난 한반도 격동의 역사 속에서 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현재도 민주주의 구현의 최일선에 국회가 놓여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언론 보도가 여야 간 정쟁(政爭)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수천명의 국회 직원과 300명 국회의원의 정상적 활동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누가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지 국민들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뉴스핌이 국회 본연의 활동을 생생하고 꼼꼼하게 기록해 국민의 '알 권리'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일 안하는 식물국회 해산시켜주세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합시다', '국회의원 출퇴근 시스템을 도입합시다'.
올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청원이 빗발쳤다.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에 충실하지 않은 채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 파행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따가운 지적이었다.
국가의 중추기능 중 하나인 입법기능을 담당하는 국회를 해산시켜 달라는 극단적인 요구가 이처럼 공공연히 나온 것은 그만큼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제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가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 그 일환이 문희상 국회의장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370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leehs@newspim.com |
◆월 2회 법안심사소위 의무 개최…"성과 내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
일 안하는 국회가 문제가 된 것은 비단 20대 국회 뿐만은 아니다. 19대 국회 때도, 그 전에도 국회의원들의 업무 태만은 늘 문제로 지적됐다. 매 국회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나와 입법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하자는 법안들이 발의됐다.
하지만 문제는 늘상 반복됐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을 통과시키는 분위기는 좀처럼 조성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20대 국회는 유독 국회 파행이 잦았다. 선거제도 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둘러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였고, 이후 야당의 장기 장외투쟁으로 국회는 늘 '반쪽'짜리였다.
그래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다. 국회가 파행될 경우 국회의원들이 매일 국회에 나오지 않더라도 법안을 만들고 심사하는 국회 본연의 입법기능만은 항상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각 상임위가 복수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또 의무적으로 매월 2회 이상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하도록 규정한 내용이 담겼다. 국회가 파행되더라도 정례적으로 각 상임위가 법안을 심사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든 셈이다.
이 법은 지난 7월 17일부터 시행됐다. 아직 시행 한 달 밖에 안된 법안이지만, 확실히 법안이 시행되고 난 이후 각 상임위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7월 셋째주와 넷째주에 걸쳐 총 10개의 상임위가 법안심사와 관련해 최소 1회 이상 소위를 열었다. 7월 한 달 동안의 통계를 봐도 19개 상임위 중 10개의 상임위가 2회 이상 법안소위를 개최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아직 개정된 법이 시행된지 한 달 밖에 안돼 통계를 가지고 효과가 있었다고 해석하기는 애매하다"면서도 "다만 지난 4~6월 상임위 활동과 비교하면 7월 중에는 확실히 상임위 법안소위가 활발하게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상임위별로 소위원장들이 소위를 많이 열어 성과를 내자는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법안이 시행되면서 각 위원회가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법안 자체가 강제성이 없어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법 중 강제성을 띄고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은 많지 않다. 따라서 당장의 효과를 분석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보고 법안이 관행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두번째)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dlsgur9757@newspim.com |
◆"국회의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하자"…'일하는 국회 만들기' 법안 봇물
최근에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법안 발의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해는 역대 국회 중 처음으로 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은데다, 5월 패스트트랙 국면 이후 국회가 장기 파행됐다. 또 여야가 건건이 이견에 부딪히면서 빈손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실제 지난 2일 열린 7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생법안 142개가 통과됐는데, 법안 통과를 위해 열린 본회의는 지난 4월 이후 118일만이었다.
이처럼 저조한 실적에 국회가 스스로 자정책을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의원에게는 수당과 특별활동비가 지급된다. 현행법에서는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의 허가나 결석신고서 제출 없이 무단 결석할 경우 특별활동비를 결석 일수에 따라 감액하도록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회 출석이 국회의원의 기본 의무임을 감안할 때, 특별활동비만 감액하는 것은 제재 수준이 너무 낮다고 판단해 수당에 대해서도 감액하는 법을 발의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6월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기회 뿐 아니라 임시회 기간도 국회가 의무적으로 개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 정기국회를 제외하고 짝수 달마다 있는 임시국회는 교섭단체 대표들 간의 협의를 통해 개의했다. 그런데 올해처럼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때는 임시회가 몇 달 동안 열리지 않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에 매년 2월·4월·6월 1일과 8월 16일 임시회를 정기회와 마찬가지로 의무적으로 개의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은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최근 민주당 등 여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매달 1일 자동으로 국회를 열고,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법안심사소위를 매달 2회 정례화하는 법안 외에는 다른 법안들은 통과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여당을 위주로 '365일 일하는 국회법'이 당론으로 채택된다는 얘기도 있으니 올해 중 논의가 좀 더 구체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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