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0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방문한다. 한미연합연습 종료일에 맞춘 방한으로 북측과 접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비건 대표가 19~20일 일본을 방문하고 이어 20~22일 한국을 찾는다”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율을 강화하기 위해 한일 당국자들과 만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교부도 비건 대표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외교부는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기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지난 6월 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때 이후 약 7주 만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주 이내로 실무협상을 열기로 합의했으나 협상은 두 달 가까이 성사되지 않았고 북한은 한미연합연습에 반발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내게 보낸 친서에서 매우 정중하게 한미연합연습이 끝나는 대로 만나고 싶고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7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3주 안에 북미 협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미연합연습 종료일에 이뤄지는 비건 대표의 방한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건 대표가 일본에서 보다 한국에 하루 더 체류한다는 점에서도 판문점 등지에서 북측과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무협상→고위급회담→연내 정상회담 시나리오 그리나
북미 실무협상이 재가동될 경우 양국은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멈춘 비핵화 협상을 본궤도에 올릴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실무협상에 이어 9월 유엔총회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회동하고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3차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연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한 점도 연내 3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북미 협상 외에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재확인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인 24일 직전 양국을 찾아 지소미아 연장을 설득하는 방문이 될 수 있다.
비건 대표는 오는 10월 초 물러나는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가 미시건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과거 국제공화당연구소 모스크바 사무소장, 미러 재단 이사 등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비건 대표가 러시아 대사직을 맡는다면 공백을 채울 중량감 있는 인사가 없어 북미 실무협상 진행 속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건 대표는 현재로선 북한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방한 기간에도 거취 문제를 언급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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