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민간인 댓글 부대(사이버 외곽팀)’의 불법 정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이 새 재판부 심리로 16개월 만에 재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이종명 전 3차장 등에 대한 1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이 사건 심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사실상 심리를 마무리했지만 같은 해 1월 원 전 원장이 유사한 사건으로 추가 기소됨에 따라 “원세훈 피고인의 별건 심리가 끝날 때까지 재판을 계속해야 할 사정 변경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중단됐던 이들의 재판이 이 판사의 심리로 16개월만에 다시 열렸다.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형석 기자 leehs@ |
원 전 원장 측은 이날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특가법상 국고손실죄에서 회계 책임을 지는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고손실과 관련해 유죄라고 하더라도 국고를 지원한 내용이 전부 손실로 보기 어려운데도 검찰은 이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이 전 차장 측 역시 같은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며 “외곽팀 활동은 심리전단의 설립 경위와 활동 내용 등을 비춰볼 때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확대·개편된 형식”이라며 “위법한 활동을 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이들과 같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민 전 단장 측은 “당시 대략적으로 보고 받아 구체적인 범행 내용을 알 수 없었다”며 “공모한 사실도 없으며 국고손실로 인식될 만한 범죄 고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이들은 국정원의 운영 방안과 정책 사안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지휘·감독 라인에 있던 인물들”이라며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안보를 책임질 기관이 여당을 옹호하고 야권을 비방하는 등 정치에 관여하고 국정원법상 직무에 벗어난 곳에 예산을 사용해 국고를 횡령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서 공판 갱신 절차의 일환으로 양측의 프레젠테이션(PT) 절차를 통해 공소사실에서 주요하게 다투는 쟁점을 다시 한번 정리할 예정이다. 또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4차·5차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 건에 대해서도 짚어볼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10년 1월~2012년 12월 민 전 심리전단장 등과 공모해 국정원 심리전단과 연계된 사이버 외곽팀의 온·오프라인 불법 정치 활동을 지원하고자 국정원 예산 65억원을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께 기소된 이 전 차장은 이 중 약 48억원의 불법 예산 지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과 연계된 우파단체 집회 개최나 우파단체 명의 신문광고 게재 등 명목으로 2009년 11월 말부터 2011년 11월 하순까지 1억5천여만원을 쓴 혐의도 받는다. 이 중 4천100만원 집행에 이 전 차장이 관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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