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홍콩 부동산 시장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관광과 숙박, 소매 업계를 강타한 데 이어 부동산 시장으로 파장을 일으킨 것.
부동산 거래과 가격이 내리막길을 타는 한편 건설업 주요 종목의 주가 역시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섹터는 홍콩의 경제 펀더멘털과 주식시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최근 상황에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 우두각(Ngau Tau Kok)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시위대. 2019.08.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27일(현지시각) 현지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센터라인 프로퍼티 에이전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홍콩 기존 주택의 가격이 1.1% 하락했다.
지난 2003년 이후 다섯 배 치솟으며 브레이크 없는 상승 열기를 연출한 홍콩 부동산 시장이 과격 시위의 충격에 휘청하는 모습이다.
구룡 반도에 아파트를 소유한 대니 로 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아파트를 6월 매물로 내놓았는데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잠재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며 “7월 중순 이후로는 방문자가 단 한 건도 없었고, 전화 한 두 통이 전부였다”고 전했다.
그는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의 매도 호가를 내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홍콩 주요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상황은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 시장 조사 업체 CBRE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토지 매매를 제외한 상업용 부동산 매매가 전분기 대비 6.2% 줄어들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가 과격 시위를 빌미로 14억달러 규모의 상업용 토지 매입 계획을 철회하는 등 건축 시장도 한파가 두드러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홍콩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가격 상승률이 0%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시위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데다 홍콩의 경제 성장 둔화, 여기에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부동산 투자 매력 저하가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주식시장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CK 애셋 홀딩스와 헨더슨 랜드 디벨롭먼트, 뉴 월드 디벨롭먼트, 선흥카이 퍼로퍼티 등 시가총액 기준 4대 업체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증시 전반에 하락 압박을 가한 것.
이들 업체의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기준 한 달 사이에만 무려 160억달러 증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홍콩 사태와 주요국 경기 하강 기류가 맞물리면서 지구촌 대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파리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2.6% 급락했고, 센트럴 시카고의 부동산 가격 역시 2.1% 내렸다.
이 밖에 시드니와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도미노 하락을 연출하고 있다고 업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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