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피고인이 신분증 위조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실제 신분증을 고친 흔적이 없는데도 ‘변조된 신분증을 확인했다’는 상대방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변조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22) 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1997년생인 A씨는 2016년 4월 건물을 임차하면서 자신이 미성년자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민등록번호를 1991년생으로 고쳐 변조된 주민등록증을 중개인 B씨에게 제시, 건물주 C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C씨는 A씨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A씨는 주민등록증을 고치고 임대차계약서에 거짓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계약 체결 당시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서 “주민등록번호를 종이에 적어 B씨에게 건네줬는데 그가 잘못 기재한 것”이라며 아예 주민등록증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2019.01.22 leehs@newspim.com |
그러나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신분증 없이 도장만 가지고 갔다는 주장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며 “B·C씨는 계약 체결 당시 A씨의 신분증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자녀들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고 이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또한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20만원, 5년의 계약기간을 정한 비교적 큰 규모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B·C씨는 당연히 신분증을 요구했을 것”이라며 1심과 동일하게 봤다.
하지만 대법은 “대검에 의해 이뤄진 A씨의 주민등록증 문서감정 결과, 화학약품을 사용하거나 물리적 훼손을 가한 위·변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A씨가 다른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도 않아 당시 신분증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변조된 주민등록증이 제시됐음을 전제로 한 원심 판단에는 증거의 증명력 판단과 평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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