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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주말사이 '맞불 관세'...9월 무역협상 '출구'가 안보인다

기사등록 : 2019-09-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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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지난 1일 맞불 관세를 놓으면서 이달 중으로 예정된 워싱턴 미중 무역협상에 적신호가 켜졌다. 협상 재개 여부는 물론,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안갯 속이다.

◆ 주말 관세 포성...美는 소비재, 中은 트럼프 표밭 조준

로이터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1일 오후 1시 1분) 약 3000억달러 어치 중국 수입품 가운데 '1차 분'으로 규모가 1250억달러 이상인 3243개 품목에 15%의 추가 관세를 매겼다. 해당 시점 이후 통관된 물품에 이같은 관세가 부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텔레비전을 포함한 가전과 의류, 구두, 시계 등 소비재가 부과 대상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반도체 메모리도 표적이 됐다. 로이터는 "스마트 스피커와 블루투스 헤드폰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당시 그는 3000억달러 어치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해당 수입품 가운데 휴대전화, 노트북 등 주요 정보통신(IT) 제품을 포함하는 약 1560억달러 규모 물품에 대한 부과 시점을 9월 1일이 아닌 12월 15일로 미루겠다고 했다가 지난달 23일 1, 2차분 모두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또 같은 날 그는 기존 2500억달러 어치 중국 수입품에 대한 25%의 추가 관세율을 오는 10월 1일부터 3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중국도 미국과 같은 시각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750억달러 어치 미국산 물품, 총 5078개 품목 가운데 1717개에 예고대로 5~10%의 관세를 매겼다. 부과 대상 물품의 총액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원유와 대두 등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에서 나오는 수입품을 겨냥했다.

750억달러 규모 중 이날 부과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미국과 마찬가지로 12월 15일 매길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9월 예정대로" 발언에도 협상 성사 미지수

미국과 중국이 이같이 관세를 주고 받으면서 이달 중으로 예정된 무역협상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당초 양측은 이달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구체적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대화 중"이라며 "9월 회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만큼 당장 협상 성사 여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달 23일 '관세 폭탄'을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만에 중국과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입장을 바꾼 것과 관련,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불신'이 커졌다며 9월 1일 관세 부과를 강행할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무역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양측이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업 보조금 지급과 기술 강제이전 및 지식재산권 절도 등 중국의 구조적인 통상·정책 문제점을 둘러싸고 양측의 골이 깊은 탓이다.

또 양측의 통상 갈등이 환율과 기술 문제로 확산됐고, 최근에는 미국이 홍콩 문제를 무역협상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5일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미국 상무부는 같은 달 19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소프트웨어 갱신과 통신 네트워크 유지 부문 등에 한해 한시적으로 부여했던 거래제한 유예조치를 90일 추가 연장하면서도 화웨이 자회사 46곳을 추가로 거래제한 리스트에 올렸다.

◆ "트럼프, 내년 대선까지 시간없다..서둘러 합의 시도할 수도"

양측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합의를 도출하고 휴전을 맺으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 2020년 11월까지 1년 2개월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커지는 농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같이 행동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 상하이의 항구에 많은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중서부의 대선 격전지 농업인들로부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무역합의의 조속한 타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재선이 목표인 대통령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경기"라며 "전후,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민주당 지미 카터과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공화당의 조지 허버트 워커(H.W.) 부시였다. 이들이 실패한 큰 요인은 모두 경기침체"라고 진단했다.

올해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3.1%에서 2.0%로 둔화됐다. 잠재 성장률 수준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기 확대는 11년째로, 전후 이후 최장 기간이어서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는 환경이다. 지난 2분기 미국의 수출은 5.8% 급감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의 장기화 여파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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