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항공업보단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리조트, 골프장을 이용한 레저사업 확대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4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레저사업 확대를 꾀하는 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이뤄 전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략적투자자(SI),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투자자(FI)다.
오크밸리 리조트 전경 [자료=HDC현대산업개발] |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종속회사인 금호리조트는 골프장과 리조트, 워터파크 등 레저사업 시설을 다수 보유해 정몽규 회장이 사업 시너지를 낼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호리조트가 보유한 시설의 땅값만 장부가액으로 최소 4000억원이 넘고 향후 새로운 시설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리조트는 국내에 골프장 1개와 휴양콘도미니엄 4개, 워터파크 1개를 보유하고 있다. 골프장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아시아나컨트리클럽(CC)이다. 리조트는 통영마리나리조트, 화순리조트, 설악리조트, 제주리조트다. 해외에는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 리조트를 갖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자회사 호텔HDC를 통해 파크하얏트 서울, 파크하얏트 부산, 속초 아이파크 콘도 등을 운영하며 호텔과 리조트 사업부문을 키웠다. 올해 초에는 국내 최대규모인 오크밸리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정 회장이 레저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금호리조트가 매력적인 셈이다.
현대사업개발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SI로 참여한 것은 항공사 본업보단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레저 사업부분을 활용할 여지가 많다는 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건설 비중을 줄여 향후 회사의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난 2015년 시작한 면세점 사업에도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10년 넘게 감사업무를 담당한 회계사는 "HDC신라면세점의 작년 매출이 6500억원에 이른다"며 "현대산업개발의 HDC신라면세점 지분은 호텔신라와 50%씩이어서 HDC그룹 매출에 면세점 매출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규모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로 주택사업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가운데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현대산업개발이 유통, 호텔, 면세, 운송 부문까지 사업부문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인수전을 끝까지 치를 경우 5000억~1조원 수준의 투자가 예상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1조6000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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