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대륙철도 연결 시범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국제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은 "러시아에서 북한을 철도로 오가는 시범사업으로 컨테이너 사업을 해보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북한 측과 곧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국제세미나' [사진=서영욱 기자] |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시베리아 석탄 등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국제철도로 운송한 뒤 배나 철도를 이용해 우리나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물류 협력 사업이다. 러시아는 앞서 3억달러를 들여 하산~나진 간 54㎞의 철로를 개·보수한 상태로 남북철도만 연결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이 실현된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한국 독자제재가 시행되면서 프로젝트는 다시 중단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나진-하산 물류 사업의 재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차관은 "기존 철로를 이용해 북한에서 러시아로,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물류를 운송하기 위한 논의를 북한 측과 곧 논의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3자 형태가 될 것이다"며 "다만 UN안보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민감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동아시아 국가간 협력으로 추진 가능한 4개 노선이 공개됐다. 나진~하산을 연결하는 노선도 이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거론됐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수립과 추진'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은 김강수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대륙철도 연결을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철도연결을 위한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강수 박사는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관련된 나라 모두 이익이 있는 사업을 선정해 먼저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실현 가능성, 국가간 협조, 경제파급효과, 재원조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업을 선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나진-하산 외에도 러시아, 몽골, 중국을 거쳐 부산까지 연결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실시해 철도를 이용한 물류서비스가 안전하고 편안하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는 점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철도 네트워크 구축 사업 [자료=KDI] |
이날 KDI가 공개한 4개 노선 중 대륙철도 연결로 물동량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은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중국 선양, 하얼빈을 거쳐 러시아 치타로 연결되는 노선이다. 김강수 박수는 이 노선이 연결되면 연간 물동량이 44만TEU(6m 길이 컨테이너 44만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다음으로 효과가 높은 노선은 서울에서 원산을 거쳐 나진을 지나 러시아 하산, 하바롭스크로 연결되는 노선이다. 연간 물동량이 27만TEU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평양~베이징~울란우데 노선과 부산~나진~하바롭스크 노선은 각각 물동량이 21만TEU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대륙철도 연결은 근본적으로 남북 관계가 우선돼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남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블라디미르 차관은 "남·북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주체도 있지만 실제 대화를 해야 할 당사자는 남과 북"이라고 강조했다. 장둥밍 중국 요녕대학교 교수도 "사실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며 "다만 DMZ를 남북이 여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KDI는 이날 국가간 협력으로 추진 가능한 30개 사업도 제안했다. 우리나라와 북한에서 추진 가능한 사업 중 먼저 남북철도 연결사업으로 △신의주 고속철도 △경의선 현대화 △동해선 현대화 △경원선 복원 △내금강산 철도건설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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