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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공동시공 사라지나..국토부 '컨소 금지' 사실상 허용

기사등록 : 2019-09-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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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컨소시엄 금지 공정경재 위해 요소 아니다
서울-수도권 컨소 시공 사라질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서 건설업계 여러 곳이 공동으로 시공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시공자 선정시 컨소시엄 입찰을 금하는 행위에 대해 사실상 허가 결정을 내려서다. 건설사들의 '갑집'을 우려하는 조합원들 입장에선 컨소시엄 시공을 막을 좋은 명분이 생긴 만큼 과거 잠실주공1~2단지, 도곡주공 재건축에서 선뵌 컨소시엄 아파트는 서울지역에선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업계 중소형 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참여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공동시공 '컨소시엄'이 사실상 중단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컨소시엄 입찰 금지'조항이 일반 경쟁입찰을 해야하는 시공자 선정 원칙에 어긋나지는 물어본 질의에 대해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컨소시엄 입찰을 금지시키는 것은 공정 경쟁을 막는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시행자인 조합의 재량으로 볼 수 있다"는 회신을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정법 상 시공자는 공정한 경쟁입찰로 선정해야한다는 원칙을 지켜야하는데 컨소시엄 입찰 금지를 공정경쟁을 위해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게 국토부의 취지"라며 "컨소시엄 금지를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상한 조건'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이는 조합의 재량에 맡기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컨소시엄 입찰금지 파동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과 은평구 갈현1구역에서 벌어졌다. 한남3구역 주민들은 조합의 시공자 선정 공문에서 컨소시엄 입찰 금지 조항이 명기되지 않은 점을 들어 조합을 맹비난했고 이에 조합은 국토부에 해당 사항의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컨소시엄 입찰은 조합원들의 이익보다는 건설사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재정비 사업 조합원들의 인식이다. 업계 입장에센 컨소시엄을 맺어 시공을 할 경우 사업 리스크(위험성)를 줄일 수 있고 건설업계간 과당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00년대 들어 서울 강남권 대단지 재건축이 본격화되자 컨소시엄 시공도 활기를 보였다. 당시만해도 사업 역량이 낮았던 건설업계가 사업비 조달 리스크를 줄이고 과당경쟁을 피하기 위해 컨소시엄 시공을 선호했다. 이에 따라 전체 1만 가구 규모의 잠실주공 1~3단지 재건축인 리센츠, 엘스, 트리지움이 탄생했으며 강남구 도곡주공아파트 재건축도 4개 건설사가 공동으로 시공해 '도곡렉슬'이 탄생하게 됐다.

반면 컨소시엄 시공은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반길 이유가 없다. 우선 아파트 단지의 주체성이 떨어져 재산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또 건설사간 책임 구분이 불명확해 하자 보수를 비롯한 민원 대처가 현저히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남3구역 컨소시엄입찰 반대모임 관계자는 "컨소시엄 시공자가 선정되면 재산 가치 하락 뿐만 아니라 하자보수도 어려워 조합원이 공사를 맡긴 건설사들이 갑질을 할 것을 우려해야하는 상황이 된다"며 "컨소시엄 시공자가 지은 재건축 단지들은 모두 인기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컨소시엄 방식으로 지어진 재건축 아파트는 매맷값이 낮다고 보긴 어려워도 주변 집값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이야기다.

강남구 도곡렉슬 단지

대표적인 사례가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이다. 도곡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전체 3002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 당시 강남재건축 열기를 시장에 끌어올린 주역으로 꼽힌다. 이 아파트는 우여곡절 끝에 LG건설(현 GS건설), 현대건설, 쌍용건설이 컨소시엄을 맺어 시공했다. 거실벽을 후지산 화산재로 사용할 정도로 마감재 질을 높였다는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입주해 입주 13년이 지난 지금 이 아파트는 '평범한 강남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 매맷값은 3.3㎡당 5687만원으로 주변 재건축 새아파트인 도곡래미안카운티(2013년입주 3.3㎡당 6261만원), 대치아이파크(2008년 입주 3.3㎡당 7841만원),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입주 3.3㎡당 7802만원)에 비해 낮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

도곡렉슬은 이보다 앞서 입주한 대치삼성래미안(2000년입주 3.3㎡당 5865만원)이나 남부순환도로 남측 대치·도곡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역삼동 아파트와 비슷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원인을 컨소시엄 시공 때문만으로 보긴 어렵지만 강남권에서 보기드문 대단지(3002가구)임에도 낮은 매맷값을 보이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3.3㎡당 평균 4500만원대의 매맷값을 보이며 송파구 최고가 아파트로 자리잡은 잠실 리센츠(1단지 재건축)와 엘스(2단지 재건축) 역시 컨소시엄 시공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안올라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분석이다.

이처럼 조합원들이 기피하고 있는데다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만큼 향후 서울-수도권지역에서 컨소시엄 시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10대 건설사 시공을 희망하는 지방 대단지의 경우 컨소시엄 시공이 다소 잔존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조합원들이 컨소시엄보다는 단독 입찰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서울, 수도권의 인기 단지에서는 컨소시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형 건설사 시공을 원하는 지방부 대단지의 경우 컨소시엄 형태가 다소 남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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