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아파트 분양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추진 중인 정부가 되레 분양가 인상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한제는 공시지가를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하는데 정부가 '현실화'를 목적으로 공시지가를 꾸준히 인상하고 있어서다. 올해 서울 강남구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23%로 8월 기준 서울 분양가 상승률(20%)을 웃돈다.
특히 택지비를 산정하면서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제와 달리 공시지가를 책정할 때는 주변 개발호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상한제)'와 '공시지가 현실화'가 서로 상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상하제 적용 대상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의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최상수 사진기자] |
지난달 14일 상한제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한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택지비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시 표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책정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친 금액 이하로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택지비를 책정하고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분양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틀어쥐겠다는 의도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평가한 금액의 평균값으로 택지비를 책정했다. 감정평가방식에 별다른 제한이 없이 시세를 반영한 감정평가금액으로 결정됐다.
문제는 정부가 분양가 책정 기준인 공시지가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지가는 작년보다 평균 9.42% 올랐다. 작년 상승률(6.02%)보다 3.4%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2008년(9.6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토부가 밝힌 표준지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실거래가 반영률)은 작년(62.6%) 대비 2.2%포인트 오른 63.8%다.
상한제 대상 지역인 서울이 평균을 웃도는 13.87% 상승했고 정부가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강남3구의 상승률은 각각 강남구 23.13%, 서초구 14.28%, 송파구 9.73%다. 강남구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부는 현실화율의 목표치를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8.1%인 점을 감안하면 공시지가 인상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670만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구 공시지가 인상률과 분양가 상승률이 유사해 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 억제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는 상한제 규정과 달리 공시지가는 개발호재가 반영된다는 점도 상충된다.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택지비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시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아예 명시했다. 여기에 택지비를 제대로 책정했는지 한국감정원의 검증도 받도록 했다. 개발이익을 뺀 순수 원가만 산출해 평가하라는 뜻이다.
반면 국토부는 최근 땅값이 크게 올랐거나 저평가된 토지를 중심으로 공시지가를 대폭 인상하며 개발이익을 반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는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가격 상승 영향이 크며 용도지역이나 지목 변경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경기침체 지역이라도 개별적인 개발호재, 입지조건에 따라 시세가 상승한 경우가 있어 이를 공시지가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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