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국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횡령 금액이 263억원가량으로 감액됐다. 이는 당초보다 6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씨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검찰은 “공범들이 피고인에게 허위 보고해 횡령한 금액과 국외도피 금액을 제외해 최종 횡령 금액은 2680만달러이다”며 “또 이전 공소장에 빠졌던 외국환관리법 관련 2개 혐의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씨의 최종 횡령 금액은 기존 327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323억원)에서 60억여원이 줄어든 263억원이 됐다.
변호인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처럼 (그동안) 공범이 피고인에게 보고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부분까지 횡령 금액에 포함해 다툼이 있어 왔다”며 “이외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 피고인은 본인 책임을 인정하고 있어 변경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횡령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은 단순 사후결제를 했을 뿐 적극적으로 지시해 주도하지 않았다”며 “횡령 금액 대부분이 회수됐고 회사의 주주·채권자들의 손해도 모두 회복됐다는 사실과 관련해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1일 해외도피와 관련해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정 씨를 추가 기소했다.
다만 앞선 재판에서 검찰이 추가 기소를 예고했던 2001년 정 씨의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추가 매각 범행에 대해선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검찰에서는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7.1% 매매대금 횡령과 관련해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예상할 수 없다”며 “오늘로 이 사건 준비기일을 종결하고 다음 기일에 병합 심리 사건에 대한 피고인 측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3회 공판기일 진행을 끝으로 정 씨에 대한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회 공판기일에는 횡령 혐의 관련 본사건, 2회 공판기일에는 추가 기소된 병합 사건, 3회 공판기일에는 양형심리 및 변론종결 등 심리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1997년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자신이 운영하던 동아시아가스(EAGC)가 갖고 있던 러시아 회사 루시아석유(RP) 주식 900만주를 5790만 달러에 매각했으면서도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자금 323억원 상당을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수사를 받던 정 씨가 1998년 6월 해외로 잠적하면서 당시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정 씨의 소재를 찾지 못했다.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 직전 정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올해 6월 정 씨를 파나마에서 검거해 국내 송환했다. 그는 대만계 미국인과 결혼을 통해 미국 국적을 얻는 등 신분을 세탁해 도피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