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농어촌 민박이 여전히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교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참사를 계기로 농어촌 민박의 소방시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각종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지난해 12월 17일 가스누출 사고로 인해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도 강릉 펜션의 모습.[뉴스핌DB] |
한국소비자원은 전국 펜션형 숙박시설 20개소(농어촌 민박 10개소, 숙박업소 10개소)를 대상으로 소방·시설안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 대성고 3학년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은 농어촌 민박이었다. 부실 시공된 보일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점검과 관리도 부실하게 이뤄져 빚은 참사로 밝혀진 바 있다.
'강릉 펜션' 사고가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농어촌 민박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먼저 농어촌 민박의 소방시설은 숙박업소보다 더 취약해 화재사고 위험이 높았다.
소방시설 가운데 휴대용 비상조명등은 숙박업소의 경우 10개 모두 설치한 반면, 농어촌 민박은 10곳 중 1곳만 구비하고 있었다.
유도등 또는 유도표지도 농어촌 민박은 10곳 중 2곳만 설치했다. 가스누설 경보기는 숙박업소는 모두 설치했지만, 농어촌 민박은 단 한 곳도 설치하지 않았다. 강릉 펜션 사고의 주 원인인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농어촌 민박과 숙박업소 모두 구비한 곳은 없었다.
펜션형 숙박업소 소방시설 설치·구비 현황[자료=한국소비자원] |
농어촌 민박은 숙박업소에 비해 화재 규제가 약하다. 실제 숙박업소는 △소화기 △화재감지기(단독경보형) △휴대용 비상조명등 △유도등 △완강기(3층 이상 10층 이하 설치) △가스누설경보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다만 농어촌 민박은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만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농어촌 민박 10개소 중 6개소(60%)는 숙박업소와 동일한 소방시설을 구비해야 하는 복합건축물임에도 소방시설이 농어촌 민박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복합건축물은 근린생활시설과 판매시설, 업무시설, 위락시설의 용도와 주택의 용도로 함께 사용하는 건축 형태를 일컫는다.
소비자원이 조사 대상 20개소 중 12개소에 설치된 복층의 안전실태를 점검한 결과, 복층 계단과 난간의 높이와 폭·너비 등이 기준에 부적합해 안전 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침실로 사용되는 복층 12개소 중 6개소(50%)에는 화재감지기(단독경보형)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럴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농어촌 민박과 숙박업소는 소방시설 설치기준이 다르지만, 모두 '펜션'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가 이를 구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예약할 때도 객실·비품 정보와는 달리, 소방·안전 관련 정보는 미리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어촌 민박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신고된 농어촌 민박은 2만6578개소로, 숙박업소(3만957개소) 수준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부처에 농어촌 민박의 숙박업 수준의 안전기준 강화, 숙박시설 예약사이트 내 농어촌 민박 표시 의무화, 복층 내 화재감지기 설치 의무화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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