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지급자수가 300만명을 넘어서고 지원금 또한 2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활발한 집행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25일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금으로 2조1600억원(230만명 대상)을 심의 확정했다. 이는 올해 예산(2조8188억원) 대비 30.5% 줄어든 금액이다. 당초 고용부는 2조5000억원을 편성해 기재부에 제출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3400억원이 삭감됐다.
세종정부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사진=뉴스핌DB] |
정부가 내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대폭 낮춘 이유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이 예상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2020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590원(2.87% 인상)으로 올해 보다 240원 오른다. 인상률로 따져 보면 역대 3번째로 낮다.
정부가 지난 2018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시작하면서 명분으로 삼았던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이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1060원) 대폭 오른 7530원으로 책정돼 인상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최저임금 역시 전년 대비 10.9%(820원)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침체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내년 예산도 책정하긴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게 낮아지면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규모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원금을 낮추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1인당 최대로 책정한 일자리안정자금 정부 지원금이 실제로는 최대치로 집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시행 첫해인 지난해 30인 미만 사업장 중 월 보수액 190만 원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월 13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월 보수액이 210만원 미만으로 늘었고, 5인 미만 사업주에게는 지난해보다 2만원 많은 최대 15만원까지 지급했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 관련 예산으로 2조9700억원을 책정해 236만명에게 지원할 계획이었다. 이는 1인당 지원금을 최대 13만원으로 책정했을때 기준이다. 하지만 실제 지원 결과 총 65만여개 사업장 264만여명의 노동자가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았고 4272억원이 불용예산으로 남았다. 미집행률이 15.5%나 되지만 지급자수는 예상보다 30만명 가량 늘었다.
올해의 경우 관련 예산을 1800억 가량 줄이는 대신 지원대상을 238만명으로 늘려잡았다. 하지만 올초부터 신청자수가 가파르게 늘더니 9월 들어 지급자수가 300만명을 넘어서며 정부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도중에 퇴사하는 단기 인력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단기 인력이 많다보니 1인당 월평균 지원금도 정부 예상보다 적은 9만원 수준에 그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예산은 최저임금 영향률을 토대로 1인당 년 평균 10개월 근무를 기준으로 세우는데 올해의 경우 일용근로자, 단기간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지원금은 줄어드는 반면 지급자수는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이 관계자는 "시행 첫해엔 지원 예산 상당액이 불용예산으로 남았는데, 올해는 연말까지 대부분의 예산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예산은 좀 더 촘촘히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9월 24일 기준 일자리안정자금은 309만명에게 약 2조2000억원이 집행됐다. 특히 하반기 들어 집행금이 늘고 있기에 예산 집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업계가 예상하는 일자리안정자금 내년 예산은 2조원 안팎이다. 내년 총선이 있는데다 저소측층 지원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2조원 아래로 떨어지진 않고 2조원 초반대에서 최종 승인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을 추진한 처음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한시 지원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한만큼 최저임금 인상률이 크게 떨어진 지금에서는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진 셈"이라며 "기존에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던 중소 사업주들의 사정 등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중단할 순 없겠지만 앞으론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지거나 지원기준이 추가되는 등 보완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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