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정부가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기회가 늘었지만 일률적으로 높아진 대출 장벽 탓에 청약시장이 '무주택 금수저' 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고가 아파트 청약 결과 20~30대 당첨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명 '줍줍'으로 불린 무순위 청약에서도 20~30대가 미계약 물량을 쓸어 담았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청약시장 규제가 소수 계층의 특혜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청약시장은 20~30대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사진=뉴스핌DB] |
국토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무주택자 당첨 비율을 늘렸다. 민영주택 청약 시 추첨제 물량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한다. 남는 25%도 청약에서 떨어진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고 약정을 체결한 1주택자를 섞어 당첨자를 가린다.
그렇다고 실제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주택소유 여부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제한을 똑같이 받기 때문이다. LTV와 DTI는 조정지역에서 각각 60%, 50%, 서울을 비롯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각 40%로 낮아진다.
분양가가 높은 서울, 수도권 등지에서는 사실상 부모가 돈을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신혼부부나 30대 수요자가 집을 계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고가 아파트 당첨 비율은 20~30대가 가장 높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서구)에 따르면 3.3㎡당 4000만원이 넘는 서울 초고가 분양 단지의 당첨자 10명 중 4명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분양가 상위 10개 단지의 당첨자 1778명 중 30대가 725명(40.8%)으로 가장 많았다. 20대 또한 67명(3.8%)으로 적지 않았다.
통상 '2030'은 가점 형성이 불리하고 9억원 이상 초고가 분양으로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인 것을 감안하면 '무주택 금수저'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경기, 인천에서도 결과는 유사했다. 3.3㎡당 2000만원을 상회하는 고분양가 10개 단지 당첨자 4929명 중 30대가 1982명(40.2%)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또한 231명(4.7%)에 이르렀다.
2018~2019년 서울 분양가 10순위 단지 연령대별 당첨자 현황 [자료=김상훈 의원실] |
무순위 청약을 통해 신규 아파트의 미계약 분을 사들이는 일명 '줍줍'의 절반 이상도 2030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의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20곳의 무순위 당첨자 2142명 중 30대가 916명(42.8%), 20대가 207명(9.7%)을 차지했다. 10대 중에도 2명의 당첨자가 있었다.
무순위 단지 중 3.3㎡당 4891만원으로 분양가가 가장 높았던 서울 방배그랑자이의 경우 '줍줍' 당첨자 84명 중 30대가 30명(20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3.3㎡당 4751만원의 서울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또한 무순위 당첨자 20명 중 12명이 30대였다. 3.3㎡당 4150만원의 서울 시온캐슬용산 또한 당첨자 44명 중 30대가 17명이었다.
김 의원은 "20~30대 당첨자는 신혼, 청년 특별공급이 아닌 대다수가 일반 공급에서 당첨됐다"며 "현 정부가 여러 가지 분양 규제를 펼쳐왔지만 실제로는 소수 계층에게만 수혜를 몰아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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