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주택 재개발 단지의 보류지 처분을 놓고 조합원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재개발 사업장에서 조합장과 임원이 보류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신에게 임의 처분하려고 하자 조합원들은 "조합 공동의 이익에 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 12-2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0일 대의원 회의를 열고 이 일대에 들어선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보류지 9가구 중 2가구를 임의 처분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보류지란 사업시행자인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분양 대상자의 누락 등에 대비해 전체 가구 수의 1% 정도를 분양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물건이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학선 기자] |
구체적인 내용은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전용 84㎡와 전용 114㎡를 각각 조합장과 총무이사에게 일반분양가로 처분하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과 임원은 사업을 잘 이끌어 110%의 높은 비례율과 150억원의 추가 이익 등 성과를 냈다"며 "조합장과 대의원이 임의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연말 총회에서 조합원 동의를 구해 최종 결정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공동의 이익을 조합장과 특정 임원이 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보류지는 조합원 전체의 자산이기 때문에 공정한 방법으로 분배돼야 한다"며 "조합장과 특정 임원이 보류지 임의 처분으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은 조합원 공동 이익에 반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단지 전용 84㎡의 일반 분양가는 2016년 당시 약 6억원인데 현재 시세는 8억5000만~9억6000만원에 달한다. 전용 114㎡도 당시 7억원에서 현재 9억8000만~11억1000만원으로 올라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나온다.
보류지 처분을 둘러싼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은평구 녹번 1-1구역을 재개발한 '힐스테이트 녹번' 조합에서는 보류지 6가구 중 2가구를 각각 조합장과 상근 이사에게 조합원 분양가로 처분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보류지를 공개입찰에 따라 일반분양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즉, 조합이 제시한 입찰 기준가보다 높은 가격에 입찰한 사람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낙찰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상위법인 도시정비법은 보류지 처분 방법은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어 혼란이 발생한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는 "보류지를 일반분양하도록 한 것은 조합장이나 임원들의 편법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다"며 "보류지를 임의 처분한 경우에는 조합 관리처분계획이나 정관에 조합장 등에 과도한 시세차익을 방지하는 장치들이 없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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