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재판에서 검찰 공소장에 불필요한 부분이 많이 기재돼 있어 일본주의 위반 여지가 있다는 재판부 지적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04.02 pangbin@newspim.com |
이날 재판부는 “공소장을 보면 김 전 장관이 중간에 취소하거나 보류한 실행행위, 신 전 비서관이 화가 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내용도 기재돼있다”며 “공소사실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피고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도 있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내용은 범죄일람표에 있으니 공소사실에 세세한 것까지 기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공소장을 다시 검토해보고 공소장변경신청서나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최근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의 재판 시작 단계에서 변호인들이 자주 제기했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을 재판부가 먼저 언급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의 지시를 받아 실행행위를 한 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에 대한 형법적 평가가 빠져있다”며 “우리 재판부에 계속 중인 사법농단 사건의 피고인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각급 법원 판사들에게 지시를 전달한 공동정범으로 기소됐는데 이 사건은 (그런) 중간 단계자가 기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따라 피고인들이 텔레파시로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박모 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통해 사표를 제출하게 하는 등 지시를 한 것이라면 그들이 공범인지 여부도 특정해달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정식 재판이 아닌 준비기일로 진행돼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0월 29일 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열고 양측의 의견을 정리하기로 했다.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동부지검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강요 등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환경부 직원들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은 사표를 제출했다.
또 이들은 지난해 7월 청와대가 추천의사를 전달한 자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자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사실상 선발을 백지화하는 등 임원추진위원회 회의에 부당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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