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여신금융협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명시된 고객에 대한 '설명의무' 부분을 보완키로 했다.
설명의무는 하나카드 부가서비스 축소로 벌어진 소송서 쟁점이 됐던 사안이다. 당시 하나카드는 부가서비스 축소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라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협회는 부가서비스 변경 시점에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신용카드 모집 단계에서부터 고객들에 충분히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하나카드 마일리지 소송'과 관련해 쟁점이 됐던 '알릴 의무'에 대한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여전법 개정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을 두고 검토중이다. 다만 법 개정 권한이 협회에 없는 만큼 협회는 내규 마련 및 카드사 자율규제 등 방식을 두고 재발방지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신금융협회. [사진=이정화 기자] |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법 개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개정 가능성도 판단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을 놓고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협회가 알릴 의무와 관련해 검토에 착수한 건 하나카드 마일리지 소송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설명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 설명 의무 방법, 횟수 등이 명시된 금융위 고시가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부가서비스 축소와 관련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협회는 유사 판례들을 참고하면서 타업권 사례도 함께 보고 있다.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녹취 의무화 혹은 부가서비스 변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를 이해했다고 서명하는 식의 방안들도 함께 살피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의 상품 약관에는 '카드사는 법령에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품을 새로 출시한 후 3년 이내에는 부가서비스를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 부가서비스를 줄이거나 없앨 경우 그 세부내용을 변경일 6개월 이전에 회원에게 알려준다'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협회 행보는 카드업계가 지속해서 요구해왔던 부가서비스 축소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카드 상품에 대한 부가서비스 축소를 보다 유연하게 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부가서비스 비용은 전체 마케팅 비용의 75%에 해당한다. 하지만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하나카드가 마일리지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관련 논의가 모두 중지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자체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을 통해 부가서비스 축소 논의와 관련된 건의 방향을 바꿔보겠다는 게 협회 측 판단이다.
다만 여신금융협회가 검토하고 있는 '신용카드 모집 단계에서부터 고객에게 충분하게 알릴 방안'이 자칫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집단계에서부터 "향후 부가서비스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하게 되면, 당장 카드 상품이 필요해 가입하게 되는 고객으로선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부가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카드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사전에 부가서비스가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동의를 받는다고 해서 면책될 순 없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때 적절하게 보상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유모 씨가 하나카드(구 외환카드)를 상대로 낸 '크로스마일 스페셜에디션 카드'의 항공 마일리지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하나카드는 금융위원회 고시(여전법 감독규정)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변경하고 이를 고시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금융위 고시가) '부가서비스를 부당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한 법(여신전문금융업법) 입법 취지를 본질적으로 변질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제25조에는 '신용카드업자가 부가서비스를 변경하는 경우 변경 사유, 변경 내용 등을 다음 각호에서 정하는 기간에 따라 해당 신용카드업자의 인터넷 홈페이지, 신용카드 등의 대금청구서, 우편 서신, 이메일, 문자메시지(SMS, MMS) 중 두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금융위 고시에 명시된 대로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에 혜택 변경 계획을 알렸지만, 고시가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 패소 판정을 받았다. 하나카드는 이달부터 4만3000여명의 고객에게 총 45억원을 보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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