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경기 침체 공포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기대 연초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글로벌 채권시장이 정점을 맞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여전하고, 주요국의 경기 하강 기류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과 독일 국채를 필두로 한 채권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월가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와 함께 주식 펀드에서도 뭉칫돈이 유출, 일부 투자자들은 시중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국채가 연초 이후 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자본 차익과 이자 수입을 모두 감안한 수치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인 2.2%를 크게 웃돌았다.
회사채 시장 역시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올들어 투자자들에게 13%의 수익률을 제공, 2009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인 6.1%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성적을 거둔 것.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팔자’에 시달렸던 하이일드 본드 역시 같은 기간 11%의 수익률을 냈다. 이는 10년간 연평균 수치인 13%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의 추가 상승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연말과 2020년 잿빛 경기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적극적인 매수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독일 국채시장이 추가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기 적신호가 나와야 하고, 이 경우 정크본드의 약세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미국과 중국이 무역 휴전에 최종 합의하면서 경기 전망이 밝아질 경우 정크본드가 상승 탄력을 받는 한편 국채시장의 하락이 예상된다.
또 경기 한파가 더욱 고조될 경우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회사채 시장에 악재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3분기 미국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4% 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상이 적중할 경우 미국 경제의 간판급 기업들의 이익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후퇴하는 셈이다.
시트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스 도티 채권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고객들에게 채권시장의 상승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왑 센터 포 파이낸셜 리서치의 케티 존스 채권 전략가는 “올들어 채권시장이 전례 없는 수익률을 냈지만 이제 앞으로 시장 방향에 무게를 둘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 주식 펀드에서 604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 자금 유출에 해당한다. 2분기 259억달러의 유동성이 이탈한 데 이어 대규모 ‘팔자’가 이어진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을 둘러싼 소식에 주식시장은 연일 일희일비하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이번 어닝 시즌 3분기 기업 이익 감소와 4분기 및 2020년 이익 전망 악화가 확인될 경우 주가 하락 압박이 예상된다.
월가는 투자 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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