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정부가 고심 끝에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
중국과 인도를 겨냥해 미국이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관세 등 통상 문제 등을 감안할 때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면서까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서 열린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10.24 kilroy023@newspim.com |
'WTO 개도국 지위'는 회원국이 스스로의 판단해 선언하는 '자기결정 방식'으로 부여된다. 특정국가의 개도국 선언에 대해 다른 회원국이 문제삼지 않을 경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개도국으로 인정되면 WTO 협정이나 주요결정 시 관세 및 보조금 등 155개의 개도국 우대조항이 적용된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인도를 겨냥해 다수의 WTO 회원국들에게 '개도국 지위 포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익이 없는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2월 이후 세 차례의 WTO 일반이사회에서 경제적 위상이나 발전수준이 높은 국가들도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USTR에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하며 해당국가들이 90일 이내에 포기할 것을 촉구한 바있다.
구체적인 요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 국가 등 4가지를 제시했다. 한국은 4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개도국 중 유일한 나라다.
당장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현재의 저관세나 정부 보조금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새로운 WTO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이 적용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도 기존 협상이 아닌 새로운 협상에만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 등을 포함한 통상 문제와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감안했을때 미국과의 관계를 좋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당초 미국은 중국이나 인도를 타깃으로 했는데, 중국과 인도는 '경제강국인 한국도 개도국 지위를 누리고 있다'면서 핑계로 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실효성이 없는 개도국 지위를 고집할 경우 중국이 아닌 한국과 미국이 대결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며 "이제는 한국도 선택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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