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가 이틀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9월 이후 SK하이닉스에 대한 비중 축소에 나섰던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사진=SK하이닉스] |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전 10시 50분 현재 전장 대비 2000원(2.50%) 오른 8만20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2.96%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2%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올해 3분기 매출 6조8387억6600만원, 영업이익 4725억61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3%, 전 분기 대비 26% 급감했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D램 출하량, 낸드(NAND) 평균판매단가(ASP)에 힘입어 컨센서스를 30%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최근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24일 하루에만 628억원을 순매수하며 기관(196억원)의 3배가 넘는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도 오전에만 120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사실 외국인은 지난 9월 이후 이달 23일까지 SK하이닉스 주식 47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해당기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 1위로, 2위권인 코덱스Top5PlusTR(3073억원), 현대자동차(3003억원)와 큰 격차를 보인 것은 물론 반도체 '투톱'으로 꼽히는 삼성전자(6032억원 순매수)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의 수익 구조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표된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던 낸드 부문 적자 감소와 D램 재고 정상화가 확인되면서 이 같은 우려를 상쇄했다. 실제로 D램 부문 빗그로스(Bit Growth, 1비트 단위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증가율)가 23%에 달했고, 낸드 ASP도 7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과 서버를 중심으로 수요가 회보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미리 재고를 축적하는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재고가 정상범위(4~5주)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이후 본격적인 실적 반등 및 반도체 업종의 상승사이클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외국인 귀환을 이끄는 긍정적 재료로 꼽힌다. 올 4분기까지 바닥을 확인한 뒤 2020년 업황이 턴어라운드에 진입해 영업이익 6조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속된 매크로 불확실성과 국제정세의 혼란스러운 국면에도 메모리 인더스트리는 재고 정상화 및 수요 증가 사이클에 진입하는 단계"라며 "올해 하반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으로 회복해 2020년 매출 29조9000억원, 영업이익 6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4분기 일시적인 전방 수요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나, 2020년 수급 회복 가시성은 매우 뚜렷한 상황"이라며 "통상 업턴(Upturn) 2년, 다운턴(Downturn) 1년 주기를 반복하는 반도체 업황을 감안할 때 중장기 관점에서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수요 회복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D램 가격의 본격적인 반등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뒤따라올 공급 부담과 맞물려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일무역분쟁으로 재고 부담을 느낀 판매자들이 D램 가격을 낮추면서 파생된 출하 증가가 3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확대로 판가 반등 시점이 소폭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본격적인 이익 회복 시기도 2020년 2분기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