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국내 조선업계에 새삼 해양플랜트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며 글로벌 선주들이 해양플랜트의 일종인 드릴십 구매 계약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예정됐던 대형 해양플랜트 발주도 지연되며 일감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시추회사 노던드릴링은 대우조선해양 드릴십 구매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노던드릴링은 "미리 지급한 선수금(4920만달러)과 손해 배상금 등을 대우조선해양에 청구할 것"이라며 소송전까지 예고했다.
해양플랜트 [사진=뉴스핌DB]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다른 대규모 드릴십도 제대로 인도될지 미지수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 확대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며 심해 유전 개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으로부터 1.7조원 규모의 드릴십 2척에 대한 계약 포기 의사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그리스 오션리그와 두 척의 드릴십을 14억 3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에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선주사의 선박건조계약 해지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 선주사의 보상 범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미 계약한 해양플랜트가 취소되는 것을 비롯 올해 예정됐던 대규모 해양플랜트 발주도 지연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선주들이 발주를 주저하며 확정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사우디 아람코 마르잔 프로젝트를 비롯해 베트남 블록B 해양가스생산설비(CPF) 등 연내 5건 정도의 대규모 해양프로젝트 입찰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통상 해양플랜트는 건당 5억~10억 달러로 일반 상선 10척과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수주에 성공하기만 하면 조선사들의 목표 수주액 달성에 효과적이다.
해양플랜트는 2011년 이후 고유가로 심해 유전개발 수요가 늘며 한때 초호황을 맞았다. 상선 분야에서 중국에 쫓기던 한국은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력으로 버텼다. 그랬던 해양플랜트는 이후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수요 감소, 발주 취소 및 납기 지연 등의 문제로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부실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국제유가가 60~70달러는 돼야 채산성이 있었지만 최근엔 해양플랜트의 표준화작업 등으로 50달러만 넘어도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국내 업체가 글로벌 강국이긴 하지만 재무구조 악화의 주범이기도 했다"며 "수주만 하면 일감 확보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물론이지만 위험관리 기능을 강화한 만큼 앞으로 수주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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