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물가냐 금융안정이냐. 중앙은행 책무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금융안정보단 물가안정에 주력하라"고 한국은행을 직격하면서다. 양 기관은 물론 전문가들간에도 이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 KDI "물가안정에 주력해" 한은 비난
지난 28일 KDI는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2013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지속적으로 하회했고, 통화정책이 물가변동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개발연구원] |
올해 8월과 9월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각각 -0.04%,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2.0%와도 차이가 컸다. 일각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은 모두 중요하지만 서로 상충되는 특징이 있다. 물가만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낮춰 물가하락을 방어하는 게 맞다. 하지만 금리를 빠르게 낮출 경우 가계부채가 확대되는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긴다. 올해 7월과 10월 금리를 인하할 때도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 추이 등을 함께 설명했다.
현행 한국은행법은 "통화정책이 추구하는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라면서도 "국민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융안정도 확보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KDI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운용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날을 세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물가안정은 통화정책 이외 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며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DI의 지적에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31일 오전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금융안정도 중요하다는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교훈인데, 벌써 물가안정에만 중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이르다"며 "중기적 시계에서 신축적 물가안정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다른 고위관계자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은 둘 다 중요하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만약 KDI의 말이 맞다면 소수의견을 내는 금통위원은 틀린 것이고 금리를 7명이 결정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고 목소리를 높였다.
◆ 디플레 우려 지속...물가와 금융안정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 견해도 상이하다. 금융안정보다 물가와 경기부양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금융안정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단 저물가에 대한 우려는 같았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교수는 "시간문제일 뿐 구조적으로 디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이 시장을 뒤따라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은 금리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 등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으나, 가계부채는 미시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금리로 잡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금융안정보다 물가와 경제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여전히 금융안정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금융안정보다는 '물가안정과 고용안정' 등을 내세우며 경제성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그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금융안정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실수하면 경제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냈다. 다만 디플레이션에 대해선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정책이 후행적인 느낌은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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