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신변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그 배후에 미국이 있으니 대표부를 다른 국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는 "자국 대사급 관리가 거주하는 관저에서 지난 4월 신원미상의 남자가 작은 소포를 내려놓고 급히 도주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이같은 주장은 지난 6월 13일 열린 제293차 '유엔 주재국과의 관계위원회 긴급회의'에 참석한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소속 북한 외교관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소포에는 협박편지와 알코올이 담긴 작은 병 2개, 분필로 X자가 그려진 북한 대사급 관리가 사용하는 주차장 사진 3장 등이 들어 있었다.
특히 협박편지에는 "북한 대사급 관리가 비밀접촉을 통해 특정단체와 협력해야 한다. 협력하지 않을 경우 개인신상에 위험이 닥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 북한 대표부의 주장이다.
북한 대사급 관리로는 김성 대사를 비롯해 김인룡, 박성일, 리용필 차석 대사가 있다. 즉, 북측 주장에 따르면 위협은 이들 중 한 명을 겨냥한 것으로, 아직 정확히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RFA는 전했다.
긴급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교관에 따르면, 소포를 발견한 북한 대사급 관리는 뉴욕시 경찰 당국(NYPD)에 전화로 신고하며 소포를 경찰에 넘겼다. 하지만 뉴욕시 경찰 당국과 연방수사국(FBI),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는 "현재 북한 대표부에 대한 위협이 전혀 없다"는 조사결과를 북한 대표부에 통보했다.
이에 북한 대표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외교관은 "유엔 주재국인 미국이 조사 결과를 통보하며 어떤 진정성 있는 증거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사건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엔 본부를 다른 국가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며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하므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RFA에 따르면 FBI, 미국 국무부, 뉴욕시경 등은 4일 오후(현지시간)까지 입장 표명을 해 달라는 요청에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유엔 대변인실 측은 "관계위원회에서 이 사건이 논의됐다는 것 말고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