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이 성인 외모지만 교복차림을 한 여고생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다시 한 번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임모(45)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은 "이 사건 일부 만화 동영상에 등장하는 학생 표현물의 특정 신체부위가 다소 성숙하게 묘사돼 있다고 하더라도 복장과 배경, 상황 설정 등 창작자가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학생 표현물들에 부여한 특징들을 통해 그 표현물들에 설정한 나이는 19세 미만임을 알 수 있고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명백하게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만화 동영상들이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2019.01.22 leehs@newspim.com |
대법은 또 하급심이 유죄로 인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아청법 적용 대상이 되는 범행 일시를 명확히 해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지적했다.
법원에 따르면 임 씨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파일공유 사이트에 이용자들이 음란 애니메이션을 올렸는데도 이를 삭제하지 않고 판매 수익금을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눠가지는 등 음란물 유포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임 씨가 아청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도 있다고 봤으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실제 아동·청소년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각 등장인물들의 외모나 신체 발육 상태를 볼 때 성인 캐릭터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등장인물뿐 아니라 배경이나 상황 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항소심 재판부로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30일 아청법 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72) 씨 상고심에서 실제 사람이 아니더라도 교복을 입는 등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표현이 등장하면 관련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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