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산업

LG화학 "SK이노베이션, 증거인멸 시도…ITC에 '조기 패소 판결' 요청"

기사등록 : 2019-11-14 11:0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영업비밀침해 소송 관련 파일·메일 인멸 정황 발견
"공정한 소송 불가능한 법정모독...'조기 패소 판결' 요청"

[서울=뉴스핌] 권민지 기자 = LG화학이 배터리 관련 소송중인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조기 패소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시작된 미국 ITC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이메일을 통해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체계적 증거인멸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ITC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생산·테스트·수주·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예비결정 단계 진행 이전에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진다. 판결 일정은 ITC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어 시일을 특정하기 어렵다. 다만 조기판결이 내려진다면 내년 6월 예정된 예비판결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패소 판결이 결정되는 경우,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고 원고 청구에 기초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월 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와 함께 LG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권민지 기자 =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증거 인멸 시도 메일 [사진=LG화학] 2019.11.14 dotori@newspim.com

이날 LG화학이 공개한 메일의 제목은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다. 본문에는 '각자 PC, 보관메일함, 팀룸에 경쟁사 관련 자료는 모두 삭제 바랍니다. ASAP 특히 SKBA(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미국 법인)는 더욱 세심히 봐 주세요. PC 검열 및 압류 들어 올 수도 있으니.. 본 메일도 조치 후 삭제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SK이노베이션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SK00066125' 엑셀시트는 980개 파일 및 메일이 정리되어 있는데 해당 파일은 소송과 관련이 있음에도 제출된 적이 없어 LG화학이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ITC는 지난달 3일 "980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며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 복구하라"며 포렌식을 명령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ITC의 포렌식 명령에도 불구하고 SK000066125 파일 1개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했다. 나머지 3만 3000개의 파일과 메일 목록이 정리된 74개의 엑셀시트에 대해서는 ITC와 LG화학에 알리지 않은 채 별도의 포렌식 전문가를 통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또 LG화학은 포렌식 진행시 LG화학 전문가를 참석해 관찰할 수 있도록 하라는 ITC의 명령을 무시하고 LG화학측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재해 포렌식 명령 위반 행위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같은 방법으로 탈취한 영업비밀을 이메일 전송과 사내 컨퍼런스를 통해 관련 부서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과 LG화학 난징, 폴란드 공장의 코터 스펙을 비교하고 해당 기술을 설명한 자료 ▲57개의 LG화학 소유의 레시피 및 명세사 등을 사내 공유 했다는 내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 외 전직자 고용에서 발생가능한 법적 리스크에 따라 '로우 리스크', '하이 리스크'로 분류해 관리한 내용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 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경쟁사와 달리 소송에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대응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dotori@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