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독일 재무장관이 미국도 미 기업들에 안보 관련 자료를 요청한다며 자국 5G 네트워크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자, 미국이 불쾌감을 표명했다.
26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차드 그레넬 주독일 미국 대사는 지난 25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글을 실어 미국과 중국을 비교한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재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독일 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수천 명의 미국 공무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화웨이 로고 [사진=바이두] |
앞서 지난 24일 알트마이머 장관은 독일 방송 ARD의 토크쇼에 출연해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돼 기기 사용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미국 역시 자국 기관들에 테러와의 전쟁에 필요한 특정 정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알트마이어 장관은 이어 "지난 2015년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미국 제품을 보이콧하지 않았다"며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와 알트마이머 장관을 포함한 몇몇 관료들은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압박에도 5G 네트워크망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세계적 시장인 중국이 독일 자동차 산업에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내에서는 화웨이 수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연합 의원들은 24일 정부가 민간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에 한해, 해당 국가의 기업을 입찰 후보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당 관계자들은 독일의 네트워크망이 안전하고 외세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메르켈 총리가 자동차 산업 피해를 감안한 것은 맞지만 중국에 "재앙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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