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정치

[심층분석]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앞당긴 진짜 이유

기사등록 : 2019-11-29 19:51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정기국회 종료돼도 다음 임시국회서 필리버스터 재개 가능
허 찔린 민주당, 해법 찾을지 주목…문희상 결단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신박하다, 199개 법안이 한국당의 무기가 됐다."

자유한국당이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안건에 대해 일괄적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신청한 것을 두고 국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만큼 묘수라는 평가다.

◆ 정기국회 종료돼도 다음 임시국회서 필리버스터 재개 가능

한국당은 왜 국회를 '올스톱' 시켰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부분 비쟁점법안인 이 법안들 전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일까. 이는 국회법 제 106조의 2 제 8항과 관계된다.

8항은 "무제한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에는 무제한토론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정기국회 내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법안은 회기가 끝남과 동시에 필리버스터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고 다음 회기가 열리면 바로 표결을 해야 한다. 2016년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을 결국 막지 못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99개 법안 각각에 대해서 필리버스터가 신청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각의 안건에 대해서 일일이 무제한 토론을 반드시 실시해야 된다.

이번 정기국회는 내달 10일 끝난다. 이때까지 만약 199개 법안 중 30개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면 이후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나머지 169개 법안에 대해 다시 필리버스터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국회 사무처의 법 해석이다. 사실상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

국회 관계자는 "한국당이 요구한 것이 매우 무서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1.29 kilroy023@newspim.com

◆ 패스트트랙 법안만 필리버스터 신청하면? 쉽게 무력화 돼

당초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내달 상정되는 검찰개혁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것으로 봤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부의됐고 검찰개혁법안은 내달 3일 부의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두 건의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면 즉각 본회의를 개최하고 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두 법안에 대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막는데 한계가 있다.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2월 10일 필리버스터가 자동으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이든 검찰개혁법안이든 차례로 통과시키면 된다. 국회법 제 106조의 2 제 8항을 이용한 것이다.

설령 둘 중 하나에 대해 다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하루짜리 임시회를 다시 열어서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 국회법은 임시회 기간을 '30일 이내'로만 규정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다소 꼼수이간 하지만 하루짜리 임시회를 여는 것은 국회법상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이같은 한계를 고려해 199개 법안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29 kilroy023@newspim.com

◆ 민주당의 해법은? 문 의장이 다음 주 회의서 의사일정 조정 가능성도

물론 민주당도 현재로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신의 한 수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의 순서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즉 다음 주 본회의가 열릴 때 문 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 2개, 즉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을 199개 법안 앞에 각각 1번, 2번으로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1번 선거법에 대해 내달 10일까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고 해도 다음 임시국회에서는 1번 법안에 대해 반드시 표결해야 한다. 만약 임시국회에서 2번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다시 하루짜리 임시회를 열면 된다. 그러면 2번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다.

국회 관계자는 "오늘 본회의가 안 열리고 다음 주에 본회의가 열리면 당일 의사 일정은 국회의장이 결정할 수 있다"며 "가능성일 뿐이긴 하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을 앞으로 돌리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이 이날 한국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본회의 개의를 거부하는 이유일 수 있다.

다만 정치적 부담은 있다. 본회의 당일 의사일정은 관례상 교섭단체가 합의해서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여당이나 문 의장이 밀어붙일 경우 강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법적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22대 국회의원 인물DB
CES 2025 참관단 모집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