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올해 증권업계에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뉴스핌이 자기자본 상위 20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신영증권은 9월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3%에 그쳤다. 20개 증권사 전체 임원 759명 중 여성 임원은 21명에 불과했다.
증권사 여성 임원 비율은 상장법인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최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상장법인 2072곳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4.0%(올해 1분기 기준)였다. 이 중 금융·보험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3%였다.
20개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교보증권 등 8개 증권사는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남미옥 강서지역본부장, 박숙경 호남충청지역본부장, 김미정 투자금융1본부장, 노정숙 결제본부장 등 총 4명이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여성 임원 비율 7%로 그나마 높은 편이다. 삼성증권은 전체 29명 임원 중 2명(이재경 삼성타운금융센터장, 박경희 SNI본부장)이 여성 임원이다.
대신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여성임원 비율이 6%대였다. 대신증권은 전체 33명 임원 중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과 이순남 강남선릉센터장이 여성 임원이었다. 오너인 이 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 센터장 1명이다. IBK투자증권은 임세은 사외이사가 있지만, 비상근 등기임원이다.
KB증권, 키움증권, SK증권은 여성 임원 2명을 배출했다. 박정림 대표이사는 올해 CEO로 KB증권을 이끌고 있고, 홍은주 사외이사는 등기임원으로 활동중이다. 키움증권은 성효용 사외이사와 최혜경 패시브Sales&LP팀장이, SK증권은 안수현 사외이사와 조은아 프론트 인프라 혁신 추진단장이 임원을 맡았다.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은 1명이다. NH투자증권은 유현숙 WM지원본부장이, 신한금융투자는 WM그룹 부사장이 임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이상은 상무보가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전영순 사외이사가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등재돼있다.
20개 증권사의 여성 직원 비율은 여성 임원 비율보다 높았다. 전체 직원 3만1925명 중 1만2241명(38%)이 여성이었다.
키움증권은 여성 직원 비율이 49%로 가장 높았고, 한국투자증권(44%), 미래에셋대(43%)가 그 뒤를 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여성 직원 비율이 27%로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기업 내 직위에서 성별 뷸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이끌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법과 제도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의 이상과 현실 간에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여성에게 등기임원을 할당하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제도화가 문제 해소 노력을 넘어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여성의 기업 내 역할을 사회책임투자(ESG)의 중요한 요소로 계량화해 기업의 자율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