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유튜브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각종 상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구독자 이벤트'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유튜버는 구독자 이벤트 경품으로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데다 이벤트 참여를 위해 기재했던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유튜브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 콘텐츠를 제작하는 A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만명을 넘어설 경우 구독자 중 한 명에게 강남 역삼동 소재 아파트를 무료로 등기이전하는 구독자 이벤트를 열었다.
유튜브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구독자 이벤트는 보통 유튜브 채널 구독을 클릭하고 영상의 '좋아요'를 누른 뒤 댓글에 이메일을 기입하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컴퓨터나 문화상품권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씨는 "내 전문 분야가 부동산이기 때문에 부동산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이벤트 경품이 된 부동산 최저 매매가는 3억1000만원이다. 2억7000만원의 전세가 있으므로 매매할 경우 4000만원의 수익이 남는 셈이다. 등기이전에 따른 취득세와 증여세, 그 외 세금으로 최대 1000만원이 지출된다 하더라도 최소 3000만원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영상에는 "참여완료"라는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렸다. 2만7000여명이던 A씨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1월 말 1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벤트에 당첨된 사람들이 오피스텔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일각에서는 '사기'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손해를 볼 수 있는데다 오피스텔의 경우 매매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A씨가 현 매매가 수준으로 오피스텔을 손쉽게 처분하려는 것 아니냐는 댓글도 달렸다.
특히 구독자 이벤트에 참여한 다수 사람들은 "안 오던 광고성 메시지와 연락이 오고 있다"며 "개인정보를 판매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A씨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6일 기준 7만2200여명으로 감소했다.
A씨처럼 유튜브 구독자 이벤트를 진행하는 유튜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사기 의혹도 많다. 목표로 제시하던 구독자 숫자는 달성됐지만 정작 이벤트 당첨자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당첨자를 공개하더라도 유튜버 지인이 당첨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또 다른 유튜버 B씨는 구독자 100만명 기념으로 추첨을 통해 고가 컴퓨터 10대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첨자 10명 중 일부 이메일 주소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구독자는 69만명으로 줄었다.
대학생 이모(29) 씨는 "처음에는 구독자들한테 감사하다는 취지로 진행되기 시작한 걸로 안다"며 "최근에는 단시간에 많은 구독자를 만들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 같아 순수한 의도의 구독자 이벤트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고 전했다.
구독자 이벤트를 열고 경품을 실제 지급하지 않는 경우 형법상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 고의로 구독자를 속여 구독이라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경우 사기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은 사기죄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구독자 이벤트 사기 사건에 대한 적극적 수사에 난처함을 표하고 있다. 수백 건이 넘는 구독자 이벤트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모니터링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독자 이벤트 사기 사건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특별히 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른 인터넷 사기 범죄에 비해 구독자 이벤트 사기 사건은 비중이 다소 적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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