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증권사들이 투자업계 '큰 손 모시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개인 전문투자자 기준요건을 대폭 완화한데 따른 것이다. 증권사들은 개인 전문투자자 확대를 통해 사모펀드 시장 활로를 모색하고 VIP 영업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금융투자협회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완화'와 관련된 세부안을 증권사에게 배포했다.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이형석 기자] 2019.12.9 intherain@newspim.com |
이번 세부안은 지난달 20일 금융위가 정례회의를 통해 발표·의결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완화는 개인 전문투자자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중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기존 '5억원 이상'에서 '국공채·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저위험 상품을 제외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추고, 금융투자협회가 도맡아 오던 심사·등록 업무를 증권사에게도 맡기는 내용 등이 골자다.
세부안 배포로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개인 전문투자자 모시기에 나섰다. 특히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게 되면 차액결제거래(CFD)가 가능하고, 선물옵션 사전교육, 모의 거래 및 기본예탁금(코넥스 기본 예탁금도 면제) 면제 및 장외파생상품 역시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차액결제거래(CFD)란 실제 투자 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을 말한다. 이는 개인 전문투자자만 거래가 가능하다.
증권사 중 개인 전문투자자 모집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5일부터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을 시작했다. 특히 고객유인을 위해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 후 CFD계좌를 개설하면 10만원을 증정하고, 이후 계좌개설 고객이 200명을 넘게 되면 추가로 5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서 KB증권도 이날(9일)부터 개인 전문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현재 고객 유인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오는 13일부터 등록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며, 이밖에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도 현재 준비 중으로 빠르면 이달 내 등록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이번 개인 전문투자자 모집을 통해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등으로 위축된 사모펀드 시장에 활기를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된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0월 말 기준 24조7175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9969억원 감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DLF 및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연기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크게 침체된 건 사실"이라며 "판매 창구도 줄어들고, 영업점에서도 당분간 위험한 상품을 팔지 말자는 기피현상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가 사모펀드 시장에 새로운 판매 길을 확보해줄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등록 요건에 엄격한 기준도 일부 있어서 규모 확대가 어느정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 등록 고객수가 많아지면 고객자산 유입가능성도 커지게 되고, 이는 결국 프라이빗뱅커(PB) 증권사 영업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많은 회사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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