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이지현 기자 = 2020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10일 저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해 의사일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으나 문희상 국회의장이 표결을 강행하면서 회의 시작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8시 38분께 국회 본회의를 속개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162인이 발의한 2020년도 예산안 수정안은 재석 162인,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됐다.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수정안은 총 513조4580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1조2075억원을 삭감한 총 512조2504억원으로 결정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제12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 상정에 반발하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2019.12.10 leehs@newspim.com |
이날 예산안 통과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더 이상 한국당과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선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부터 시한을 두며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4+1 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와 논의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늦은 오후까지 협상을 이어가던 이 원내대표는 결국 한국당을 배제한 채 정기국회 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결단했다.
오후 속개된 본회의에서 문 의장은 내년도 예산안을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했다. 문 의장의 의사일정 조정에 반대한 한국당 의원들은 "날치기", "절차준수"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로 본회의가 20분 가량 진행되지 못 했으나 문 의장이 표결을 강행하면서 결국 내년 예산안은 '4+1'협의체가 마련한대로 통과됐다.
예산안 처리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4+1 협의체를 따돌리고 한국당과 손을 잡는 '더불어한국당' 시나리오가 거론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한국당과 협치를 도모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향후 전개될 선거법 및 검찰개혁 법안 협상에서도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 감정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제12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 됐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에서 항의를 하고 있다. 2019.12.10 leehs@newspim.com |
반면 이 원내대표의 결단에 대해 한국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평가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할 수 없었던 한국당이 의장실을 점거해 문 의장의 본회의 개의를 막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를 예측한 국회 측은 문 의장의 본회의장 출석 길을 경호 요원들을 동원해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을 제외한 예산안 처리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은 이날 예산안 처리 후 "예산심의를 국회에서 심의를 책임져야 하는 예결위원장으로서 참담한 심정 금할 수 없다. 이번 예산안 처리 절차는 총체적 불법의 결정판"이라며 "4+1 이라는 예산처리 과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불법적 협의체를 만들어서 예산 심사를 했다. 513조원 되는 예산 중 1조 2000억원을 삭감하고 나머지 예산을 이리저리 찢어발기고 자신들이 나눠가졌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의 송언석 의원도 "과거 오랜 시간 국회에서 관행이 세입 부수법안 먼저 의결하고 예산안을 처리해왔다"며 "그런데 오늘은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등이 26개가 있는데도 부수 법안은 전혀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안을 먼저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이어 "세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적 예산이 처리된 것"이라며 "잘못된 절차에 의해 처리된 예산안은 원천 무효"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19.12.10 leehs@newspim.com |
한국당은 이날 예산안 의결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합법적 범위 내에서 준법 투쟁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도 예산안 처리 후 기자들과 만나 "3개 교섭단체 중 하나인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 자격으로 민주당이 낸 예산안 수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을 신청했다. 그런데 그 조차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토론 종료에 의해 묵살당했다"며 "오늘 국회는 더이상 국회법도, 관례도, 예의도 없는 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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