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물가연동채권(TIPS)을 정조준하고 나서 주목된다.
2020년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큰 폭으로 뛸 가능성에 베팅하고 나선 것.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극심하게 저평가됐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입장을 밝힌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 채권시장이 반영하는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1.75%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2020년 금리 동결과 2021년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월가는 물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IB 업계는 TIPS 비중을 적극 확대하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매입을 권고하고 있다.
대형 채권펀드 업체 핌코는 최근 수개월 사이 2년물과 10년물을 중심으로 TIPS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인플레이션이 예상밖 급상승을 연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TIPS가 크게 저평가됐다는 판단이다.
장기간 인플레 기대 심리가 바닥권에 머물면서 TIPS가 침체 수준에서 거래되는 실정이고, 밸류레이션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와 블랙록 등 그 밖에 대형 IB들도 마찬가지다. TIPS 매입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헤지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면전이 완화되면서 실물경기 회복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의 모멘텀이 상승하는 한편 침체 공포가 꺾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상승 탄력을 받을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연준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 역시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목표치 초과를 용인하는 이른바 '보충 전략'을 취할 뜻을 밝힌 데다 2018년 이후 매파 정책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던 만큼 물가 상승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팀 그라프 매크로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내년 금융시장의 가장 커다란 리스크는 무질서한 인플레이션이 전개될 가능성"이라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연준 정책자들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009년 침체 이후 평균 1.5%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목표치인 2.0%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하지만 월가는 각종 시장 지표를 통해 확인되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최근까지 발표된 실제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 가능성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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