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김기현 하명수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최초 제보자로 알려졌던 송병기 울산부시장이 직접 청와대에 비리 내용을 문건으로 보고한 정황이 새롭게 밝혀졌다. 또 청와대가 송 부시장의 보고를 가공해서 경찰청에 내려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은 16일 오전 2차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15일) 7시간여의 조사를 마친 후 두 번째 출석이다.
이날 김 전 시장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문건을 직접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의 당초 해명과는 달리 송 부시장이 직접 청와대에 '김기현 비리'를 정리한 문건을 올렸고, 청와대가 이첩한 경찰청 문건은 이와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시장의 법률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당시 송 부시장이 김 시장에 대해 떠도는 소문 10여개를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청와대도 이를 그대로 경찰에 넘긴 게 아니라, 나름의 과정을 거쳐 재정리해서 경찰청으로 내려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시장은 이런 내용을 소상히 잘 몰랐던 입장에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며 "검찰이 경찰에서 문건을 확보해 김 전 시장에게 제시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12.16 dlsgur9757@newspim.com |
앞서 청와대는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지자 "2017년 10월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문모 씨가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를 통해 김 전 시장 및 측근 비리를 제보받았다"며 "행정관은 이를 이메일로 전송받은 후 출력했고, 외부망에서 문서 파일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 추가된 비위 사실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석 변호사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송 부시장이 정리해서 올린 보고 문건은 그 나름대로 논리정연하게 작성된 보고서였다"고 답했다. 단순한 스마트폰 SNS 메시지였다는 청와대의 해명과는 달리 보고서 형태를 띠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건이 편집된 것이 확실하느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청와대 문건은 (송 부시장 보고 문건에서) 청와대 문서 형식으로 새롭게 작성됐고 원래 송 부시장이 올린 내용에서 제외되거나 추가된 부분이 있는 등 차이가 있다"며 "청와대에서 나름대로 가감을 해서 경찰에 내려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석 변호사에 따르면, 당초 송 부시장이 정리한 비리 의혹은 10여가지인데 청와대에서 경찰에 이첩시킨 4쪽짜리 문건에는 3가지만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 아이템을 예로 들면, 청와대 문건에는 송 부시장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상황까지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며 "여러 추론이 가능한데 별도 정보를 가지고 문건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보인다는 걸로 봐서는 그냥 (청와대 해명대로) 올라온 대로 경찰에 툭 던지는 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압수수색까지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경찰에서 임의제출 형태로 문서를 제출받은 만큼 이게 전부 다인지, 실제 내용과 완벽히 일치하는지 여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석 변호사는 현 울산시장인 송철호 후보 캠프 측에 공약으로 쓸 수 있는 울산지역 현안이나 개발정보 등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있다며 "선거에서 해서는 안 되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부당한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시장을 상대로 시장선거를 앞두고 정보가 송철호 후보 캠프에 흘러들어간 정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