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끈끈하던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가 흔들리면서 민주당이 진퇴양난에 놓였다.
선거법 협상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지만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도 없다. 민생법안·예산부수법안과 최종목표인 사법개혁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요한 데다, 정세균 총리 인준이라는 관문이 남아있다.
4+1 협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압박까지 거세졌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에 대비해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전략투표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구 없는 극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원교과서 출판기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2.17 leehs@newspim.com |
4+1 선거법 협상은 18일 최종 단계에서 또 다시 결렬됐다. 민주당이 '3+1' 잠정 합의안에 사실상 반대하면서다.
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은 21대 총선에 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에 캡(상한선)을 적용하는 대신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민주당 의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자 당 내부에서도 회의적 목소리가 커졌다. 의총장에선 격론이 오갔다. "선거법 협상에 뜸을 들여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차라리 패스트트랙 원안인 '225:75(지역구:비례대표) 안'을 상정하자" "안건 처리순서를 조정해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당이 검토 중인 위성정당론에도 허를 찔렸다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4+1 선거제 수정안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법을 검토하는 중이다. 한국당이 직접 등록한 것은 아니나 이미 비례한국당이란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창당 절차를 밟고 있다. 민주당 의총장에선 "비례민주당을 만들어 대응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이렇게 계속 가다간 선거법 개혁이 아닌 개악을 할 지경"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일단 선거법 논의를 미루고 비쟁점 법안부터 처리하자는 방침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19일 민생·경제법안 우선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야당에 제안했다.
그러나 '3+1' 반발이 거세 본회의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비겁하다"고 반발했고,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국회를 코미디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민주당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모습, 여측이심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4+1 공조를 무작정 깰 수도 없는 상황. 민주당의 최우선 목표인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처리가 남아 있고, 정세균 총리 인준에도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 차기 총리 인준이 미뤄질 경우 이낙연 총리의 복귀 일정까지 꼬일 수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의총에서 "4+1 협상이 깨지면 '소탐대실'하는 것"이라며 "국무총리·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가 남은 데다 처리해야 할 민생·예산법안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우선 4+1 협의체는 오는 20일까지 이견을 좁히는 시도를 계속 할 예정이다.
특정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 명부에 이중으로 올리는 '이중등록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석패율제 대신 이중등록제를 야 3당에 제안한 바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 의원은 "명분 내세우면서 협상을 끌어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우리도 '밀어붙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며 "남은 시간도 많지 않으니 지도부가 어떻게든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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