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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새국면, 민주당 지연전략에 시한이 없다

기사등록 : 2019-12-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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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되면서 현재 상원의 탄핵심리를 앞둔 상황이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 탄핵재판에서 속전속결로 부결시키려고 벼르고 있는 한면,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넘기기를 무기한 미루고 있다. 언제 탄핵심리가 개시될지 알 수없는 상황이다.

미 하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지난 9월 24일 하원의 탄핵 조사 착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인사들에게 조사 비협조를 지시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회 방해' 탄핵소추안 등 2건을 가결시켰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두 탄핵소추안 가결은 예견된 바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조건으로 2020년 대선 민주당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직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을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에서 탄핵소추된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하원에서 탄핵소추된 사례는 17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과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 등이다. 두 대통령 모두 상원 탄핵심판에서 부결되면서 기사회생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상원의 탄핵심리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헌법재판소가 아닌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진행한다. 존 로버츠 주니어 연방 대법원장 주재 아래 하원은 검사 역할의 소추위원단인 이른바 '탄핵 매니저'를 맡는다. 상원의원 100인은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배심원단이 된다. 탄핵 찬성 득표율이 3분의 2 이상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파면되고 이에 대한 항소는 불가하다. 

민주당 서열 1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 매니저들을 선정한 뒤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넘겨야 하지만 현재 매니저 선정도 미루고 있는 상황. 펠로시 의장은 하원에서 두 소추안이 가결된 후 연 기자회견에서 "상원이 공정한 탄핵재판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 명확해질 때까지 탄핵안을 넘기지 않겠다"며 "상원이 탄핵심판을 어떤 절차로 진행할지 알기 전까지는 탄핵 매니저들을 지명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넘기지 않으면 탄핵심판은 진행될 수 없다. 미 헌법은 하원이 탄핵소추안 의결권을 가지고 상원이 탄핵재판에 전권을 갖는다는 점만 명시할 뿐, 절차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에 따라 1월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여겨진 탄핵 정국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는 하원에서 탄핵소추됐다가 상원에서 부결됐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와 비슷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례를 짚어보고 적당한 타이밍을 보며 탄핵안 상원 전달을 지연하고 있는 민주당의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클린턴 때...12월 하원 탄핵안 가결, 다음해 1월 초 상원 심판 개시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는 1998년 10월 개시됐고 12월 하원은 위증과 사법 방해 여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다. 당시 하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반대 진영인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다. 상원의 탄핵심판 절차는 그 다음해인 1999년 1월 7일에 막을 올렸다. 당시 하원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13명이 탄핵 매니저로 선정됐고,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을 대신할 변호인단을 꾸렸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9.25. [사진=로이터 뉴스핌]

상원의 탄핵심판 표결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월 12일에 진행됐다. 1월 초 상원은 증인 출석을 요구해 신문을 해야할 지 여부를 논의했고 1월 중순부터는 위증과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한 법 적용과 해석, 증거와 전례를 되짚어보고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한지 여부를 논의하는 기간을 가졌다. 배심원단은 탄핵 매니저들과 피고인 클린턴 측에 질의를 서면으로 보냈고, 탄핵 매니저들은 클린턴에 대한 증인들의 증언을 담은 영상을 증거로 제출, 채택돼 탄핵심리에서 공개하는 등 여러 절차를 밟았다. 

탄핵심판 표결 결과 탄핵소추안은 기각된다.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인 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 소추를 인용할 수 있는데 투표 결과 위증 혐의에 대하여는 45명, 사법 방해 의혹에 관해서는 50명만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기각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 상원 의원 전체가 반대표를 던졌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지면서 정족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도 클린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원으로부터 탄핵안을 넘겨 받고 약 한 달 뒤에 상원 탄핵심판 표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심판에 대한 시기나 절차는 전적으로 상원에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때까지 얼만큼의 기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다.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는 한 달이 걸렸을 뿐이다.

민주당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 '우크라이나 스캔들' 핵심 증인들이 상원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9일(현지시간) 상대편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에 증인 출석 허가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매코넬 대표는 이같은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지난 16일 증인들이 재판에 출석할 이유가 없다면서 "우리가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는 클린턴 경우와 비슷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도 야당인 공화당이 대통령 본인의 출석 및 그를 상대로 한 증인 신문을 요구했으나 민주당과 백악관이 비협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요구와 반발을 철저히 무시하고 서둘러 상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되길 기다리는 전략 행보를 보이고 있는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즉시 상원 탄핵재판을 원한다"고 밝혀 펠로시 의장의 탄핵안 상원 전달을 재촉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탄핵소추안 손에 쥔 펠로시, 적당한 타이밍 물색 중

상원이 탄핵소추안을 전달받고 난 뒤 약 한 달 안에 탄핵재판이 열릴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펠로시 의장은 손에 쥔 탄핵소추안을 넘길 생각이 없다. 

아직까지 반란표를 찍겠다고 한 공화당 의원은 없고, 과반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반대표에 몰표를 행사하면 탄핵소추안은 신속히 기각처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코넬 대표는 '공정한 배심원'이 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며 백악관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해 노골적으로 반대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펠로시 의장은 상원에서 증인신문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탄핵안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원의 공화당 및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회동을 갖고 향후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지 협의 중이다.

탄핵소추안이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증인들의 증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증인들의 증언이 TV생중계라도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은 불가피하다.

또 민주당에 있어 협의 단계를 오래 끄는 것이 유리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탄핵정국을 장기화할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고 반대로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여론은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 여론조사 분석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탄핵에 대한 2주 평균 여론 추이는 18일 찬성 47.1%, 반대 48%대로 반대가 역전했고 19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면돼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전체의 42%로 나타나 절반에 못미쳤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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