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북한 등 미국이 정한 테러국가들이 가상화폐를 해킹 등의 방법으로 현금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일부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현지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20일 금융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금세탁방지 의무화 정책을 올해 은행간 거래에서 내년 '가상화폐'로 정했다. 가상화폐를 관리, 매매, 알선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물론 교환, 보관하는 금융회사까지 대상 기관에 포함된다.
세부적으로 빗썸, 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자는 금융위 소속 금융정보분석원에 상호 및 대표자의 성명 등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 없이 영업할 경우 적용되는 처벌 규정도 만든다. 가상화폐 입출금 계좌 등 계정은 실명확인도 가능해야 한다.
또한 가상화폐 사업자는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와 고액 현금거래를 보고해야 하며, 이를 실효성 있게 이행하기 위해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
가상화폐 사업자가 아닌 은행 등 금융회사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가상화폐 사업자와 금융거래를 할 때, 이 사업자의 신고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금융거래를 거절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도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금융위는 현재 가상화폐 사업자 및 계좌 소유자 등의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 기준과 조건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만들고 있다.
비트코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나 사업자와 거래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선 상대 확인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 가상화폐 사업자는 전자상거래, 소매중개업, 통신판매업,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소매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한편 금융당국으로선 가상화폐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는 익명성이 높고 해킹의 위험이 노출돼 있어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를 막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이 최근 들어서야 자금세탁 방지 국제기준 등을 마련중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의 미국 현지 점포들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과 관련 미국 뉴욕금융감독청의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다. 미국은 북한, 이란 등을 테러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이들 국가들과의 자금 거래를 엄격하게 감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미흡하면 미국의 달러화 시스템에서 배제되고, 우리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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