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당 지도부급 정치인들에게 '험지 출마'를 권고했던 자유한국당이 이에 불응하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완수 사무총장은 최근 당 관계자들에게 '험지에 출마하라는 당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 황교안 대표의 생각'이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The K 타워에서 당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1.30 kilroy023@newspim.com |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17일 "21대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대표를 지냈거나 당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준표 전 대표나 김태호 전 지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험지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후 홍 전 대표는 "당에 입당한 이래 24년간 글래디에이터 노릇만 해 왔다"며 "여태 국회의원 출마는 당이 정해준 대로 험지에서만 해 왔지만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정하고자 한다"며 당의 요구에 반대하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지사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여름부터 황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과 고향인 거창 출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왔다"며 "지역으로 이사해 활동하고 있는데 이제와서 빠지는 것은 오히려 당을 위해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진급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당내에서는 최근 실질적으로 공천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까지 검토하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의 이같은 입장이 드러난 지난 20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당에서 정치하면서 공천에 단 한번도 목을 맨 적이 없다"며 "마음대로 해 보라.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은 이때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쉬운 길을 가려는 것이 아니라 대선에서 이기는 길을 가려는 것"이라며 "험지에서 한 석 보태는 것만이 당을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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