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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리콜 밝혔지만...LG 건조기 소비자모임, 소송 간다

기사등록 : 2019-12-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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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결함·위해성 확인되지 않았다"...소비자 분노 커져
"피해회복보다 집단소송제 도입 등 제도적 변화 희망"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LG전자 의류건조기 자동콘덴서 논란이 민사소송으로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LG전자가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의류건조기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자발적 리콜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LG전자 의류건조기 피해자 모임인 네이버 밴드 '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을 대리해 소송을 준비 중인 박상수 변호사는 23일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현재 신체적 알레르기를 호소하거나 반복적 고장으로 누적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 등 피해가 심한 20명을 선별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 네이버 밴드는 엘지 건조기 피해자 모임으로는 가장 많은 수인 2만9000여명이 모인 곳이다.

피해자 모임은 향후 LG전자의 의류건조기로 인한 피부질환, 알레르기 등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자사 제품과 이 같은 증상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향후 입증과정이 법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의류 건조기의 잔류 응축수, 녹발생으로 인해 피부질환 등의 질병이 발생했다는 신청인들의 주장은 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8일 LG전자는 "제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며 소비자원이 제시한 조정안인 위자료 10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의류건조기의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LG전자의 주장이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자발적 리콜이 진행돼도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조치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불만요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리콜은 '제조사가 직접 불러들여 고쳐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LG전자가 '(자동콘덴서로 인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소비자도 와서 수리를 받아라.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점검하고 무상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구매자들에게 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사실상 서비스 조치는 이전과 다르지 않은데도 '자발적 리콜'이라는 말로 포장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수리를 하면 제품이 고쳐져야 하는데 LG전자는 제품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면 무상수리를 받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이 진행되더라도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제품 환불 및 교환이 이뤄지긴 어렵다. 밴드를 통해 모인 피해자들 역시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해 개인적 피해 회복보다는 국회에 계류 중인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한 기틀 마련에 초점을 두고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 변호사는 "지금 소송을 준비하는 분들 중 가습기 살균제나 BMW 화재, 대진침대의 방사능 침대 사건 등 유사사건의 이중삼중 피해자들이 많다"며 "피해자들이 돈 때문에 이러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부 있는데 100만~200만원가량의 제품 가격 대비 소송을 이어가는 스트레스가 더 크고 받을 수 있는 위자료도 적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문제들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변화와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소송을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사소송과 별개로 2차 집단분쟁조정 신청도 준비 중이다. 피해자들은 소비자원에 LG전자측으로부터 무상서비스를 받은 후 오히려 제품에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점을 주장할 계획이다. 현재 네이버 밴드에는 무상서비스를 받기 위해 공장에 다녀온 후 건조시간이 늘어나고 양방향 회전이 한 방향 회전으로 바뀌는 등의 문제점들이 생겼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LG전자 히트펌프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광고를 놓고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토 중이다. 공정위 검토 결과는 내년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nanan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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