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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은행권 셰일 업계 자금줄 '고삐' 석유 혁명 제동

기사등록 : 2019-12-2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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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은행권이 셰일 업계에 대한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는 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릴 경우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기존의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움직임이다.

셰일유 생산시설 [사진=블룸버그]

이른바 셰일 혁명에 생명줄을 제공했던 은행들이 숨통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업계의 유전 개발과 원유 공급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간과 캐피탈 원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셰일 업계의 신규 여신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대출 요건을 크게 강화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대출 담보물로 제시된 유전의 가치를 재평가, 기존의 평가액보다 낮춰 잡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다는 소식이다. 

3분기 실적 시즌 관련 업체들이 자산 가치를 큰 폭으로 상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셰브런은 지난 10일 자산 가치를 100억~110억달러 가량 상각한다고 밝혔고, 이 중 절반 가량은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는 셰일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7일 실적을 공개하는 로열 더치 셸 역시 약 20억달러 규모로 자산 상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석유 업체들이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셰일 업계의 경영난이 두드러진다. 대규모 여신을 끌어들여 유전 개발에 나섰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원유와 가스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금융권의 자금 압박이 가세하면서 관련 업계의 위기 상황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미 상당수의 업체가 파산 위기를 맞았거나 비즈니스에서 퇴출됐다.

회계 컨설팅 업체 BDO 휴스톤의 크락 삭슈스키 이사는 WSJ과 인터뷰에서 "셰일 업계는 자산 가치 평가절하와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생산량, 여기에 금융권의 투자 급감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내년 상황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로펌 헤이네스 앤드 분에 따르면 금융권은 셰일 업계의 유전 자산 가치 재평가 결과를 앞세워 신용라인을 10% 가량 축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의 셰일 업계 여신 총액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JP모간은 3분기 재무 보고서에서 관련 업계에 440억달러의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공개했고, 캐피탈 원의 노출 규모는30억달러로 드러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들의 여신 총액이 셰일 업계 자산 가치의 약 60%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뜩이나 추가 자금 조달 여력이 낮은 데다 자산 평가액의 하락과 이에 따른 여신 축소가 맞물리면서 한계 상황에 이른 업체들을 중심으로 파산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은 디폴트를 낼 경우 자산을 모두 매각하더라도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업체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재무 부담도 작지 않은 실정이다. 담보물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부실 여신이 늘어나는 한편 충당금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WSJ은 미국 셰일 혁명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텍사스 에너지 생산 지역의 경기 한파가 거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셰일 업계의 투자와 고용이 대폭 축소되면서 관련 부품 업계는 물론이고 음식점과 이발소까지 커다란 매출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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