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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기자방담] '수사권 조정' 검·경 출혈로 얼룩졌던 2019년

기사등록 : 2019-12-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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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필요하나...대체로 긍정
하명수사 의혹도 '수사권' 국면과 연관

[편집자]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면서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의 현장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슈 별로 SNS 방담을 진행했습니다. 기자들이 본 2019년 함께 하시고, 내년에는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대해 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2019년은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역대 가장 치열하게 맞붙었던 1년이다. 두 기관의 양보 없는 주도권 싸움이 이어졌고 서로를 향한 날 선 비판도 쏟아졌다. 수사권 조정이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년간 양대 수사기관을 뒤흔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을 방담으로 짚어봤다.

(방담=오승주 사회부장, 김연순 박준형 이보람 임성봉 기자)

▲오승주 사회부장(이하 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굳이 경찰에 검찰 권한 일부를 넘겨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준형(이하 박·사건팀장): 어떤 세력이 견제를 받지 않으면 폐해가 생깁니다. 지금까지 검찰은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는 조직이었어요. 그래서 나온 것이 수사권 조정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물론 검찰의 권한 일부를 넘겼을 때 경찰이 그 역할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검찰을 견제할 기구는 경찰이 유일하고 아직까지는 다른 대안이 없죠.

▲이보람(이하 이·검찰출입): 2000여명 수준의 검찰 조직과 15만명에 육박하는 경찰 조직 중, 국민과 더 맞닿아 있는 조직은 분명 경찰입니다. 검찰 권력을 경찰에게 주는 것은 국민의 삶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죠. 만약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국민에게 직결될 수밖에 없어요. 검경 수사권 조정은 필요하지만, 15만명에 육박하는 경찰 조직에 검찰 권한을 넘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경찰 수사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근본적으로는 검찰개혁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검찰이 가진 권한을 규모가 더 큰 경찰에 넘겨주는 현재 논의 방향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요.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2019.12.27 imbong@newspim.com

▲김연순(이하 김·법조팀장): 이번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큰 방향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검찰이 가진 독점적 권력,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죠. 문제는 이로 인한 부작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임성봉(이하 임·경찰출입):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에 빗겨있는 유일한 조직이 검찰입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고 사회적 후유증도 컸어요. 검찰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봅니다. 문제는 단순하게 '검찰에 문제가 있으니 그 권한을 경찰에 넘겨주자'는 발상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대전제는 경찰이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국면은 경찰이 마치 반사이익을 얻는 듯한 모양새여서 다소 아쉬움이 남아요.

▲오: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논란이 많았지만 이번 수사권 조정안에는 아무런 내용도 담기지 않았어요. 어떻게 봅니까.

▲박: 이 문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지점이에요. 경찰로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굵직한 명분은 챙겼지만 영장청구권이라는 큰 실리는 챙기지 못했습니다. 영장청구권이 없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최근에 숨진 감찰반원의 휴대전화를 둘러싼 논란이 그 예입니다. 법원에 일단 청구된 뒤 기각된 게 아니라 검찰 차원에서 영장 자체를 반려해버립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상 경찰이 자체적으로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있는 셈이죠.

▲이: 사법체계 선진국에서는 검찰이 모두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있어요. 당연히 신중하게 행사돼야 하고 오남용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영장청구권은 법률전문가인 검찰에 주어진 권한이죠. 특히 이 권한은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고, 이를 바꾸는 것은 헌법까지 뜯어고쳐야 하는 일입니다. 아직은 경찰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방안이 적절한 것 같네요.

▲김: 국회에서 영장청구권을 크게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경찰에서는 영장청구권을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영되지 않았어요. 강제수사는 인권과 직결되는 탓에 아직 경찰에 이러한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이르다고 국회가 판단한 것 같아요.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문제는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고 이 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어요.

▲임: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논할 때 앞에 붙는 수식어가 바로 '독점적'이라는 겁니다. 권한의 독점은 오남용을 불러오고 부작용을 낳아요. 상호견제와 균형이라는 수사권 조정안의 취지에 비춰봤을 때 경찰에도 영장청구권이 부여돼야 하는 것이 맞아요. 물론 당장 주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를 뒷받침할 제반 사항이 갖춰진 후 논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역시 경찰의 도덕성, 전문성 등이 뒷받침돼야 하고 법원도 이를 소화할 충분한 인적, 물적 토대를 갖춰야 합니다.

▲오: 수사권 조정과 맞물린 여러 사건 중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 단연 화두죠. 무소불위 검찰의 실체라는 주장과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요.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2019.12.27 imbong@newspim.com

▲김: 현재 구도는 청와대와 경찰이 한 편에 있고 검찰이 다른 한 축에 있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검찰의 포석이 있을 것 같아요. 그 중 하나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포함한 법안 처리 과정에서 검찰 측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청와대와 경찰이 손을 잡고 이런 식의 수사를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더 많은 힘을 부여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식이죠.

▲박: 검찰 논지의 핵심은 경찰이 정치적인 수사를 벌였다는 것입니다. 그 논리라면 검찰 역시 정치적, 정무적 판단에 따라 지금 경찰과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하는 게 아닌가요. 또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가 하명수사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그것이 불법성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검찰은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경찰에 수사를 하명했다는 뉘앙스와 프레임을 가져왔는데, 어떻게 보느냐 따라 문제가 달라져요.

▲이: 청와대의 하명수사인 것은 맞지만 검찰이 이걸 지금 이 카드를 꺼낸 건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여요. 그간 검찰 수사에 있어 검찰이 무리하게 짜 맞추는 사건들이 적지 않았죠. 수사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는 정말 의도를 갖고 수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는 없어요. 

▲임: 검찰이 이 사건을 통해 여러 가지를 챙기려는 것으로 보여요. 우선 경찰에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자신들에게 날을 세우는 경찰에게 감히 검찰에 까불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시켜주는 것이죠. 또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벌이면서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한다'는 이미지도 챙길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검찰은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이 주도권을 잡고 흔드는 겁니다.

▲오: 끝으로 이번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나 향후 논의가 이어져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면?

▲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가 실제 검찰과 경찰의 힘의 분배나 견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사실상 정쟁화됐어요. 당초 취지를 벗어나 변질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집권당에서는 검찰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했고 야당에서는 정권이 검찰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으로 보면서 정략적 싸움이 이어졌어요. 문제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으로 끌려다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 앞으로는 미시적인 수사 구조 문제를 넘어 경찰의 조직 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합니다. 검찰은 장관급인 검찰총장 그리고 차관급인 검사장들이 즐비하죠. 반면 경찰 조직의 수장인 치안총감(경찰청장)은 차관급입니다. 게다가 경찰은 검찰과 달리 온전히 정부에게 인사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청장 자리를 개방형으로 전환하고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 같아요.

▲이: 같은 맥락에서 사실 검찰은 인사에 있어서 정권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었죠. 검찰의 특수성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과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검찰 조직을 장악하려면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최종적인 인사 결정권자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검찰총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무방해요. 결국 검찰개혁은 법무부 장관이 실질적인 인사권을 갖고 이를 행사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또 마무리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임: 검찰개혁은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끝나는 게 아닐 겁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장기적 봤을 때 검찰개혁의 마지막 열쇠는 경찰이 쥐고 있어요. 경찰이 검찰보다 신뢰할 만한 조직이라는 국민적 공감을 얻게 될 때 비로소 검찰개혁이 매듭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경찰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어요. 검찰이 한 발 걸으면 경찰은 전력으로 달려야 합니다. 그런 노력 없이 검찰과 경찰 간 진정한 견제와 균형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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