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제유가가 불안한 중동 정세를 주시하며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정부 시위로 분열됐던 이란이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순교'를 계기로 반미로 단합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긴장감이 빠르게 고조된 가운데, 국제유가는 장 초반 2% 넘게 뛰며 불안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보복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석유 공급에 차질을 줄 만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자 투자자들은 일촉즉발의 중동 불안 속에서도 안도감을 드러내 유가가 한때 반락하기도 했다.
미군 무인기에 사살된 이란 군부 실력자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이란 지도자들이 모였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 때 64.72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장 초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전날보다 22센트(0.3%) 오른 배럴당 63.27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도 장 초반 70.74달러까지 치솟으며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장 후반에는 전날보다 31센트(0.5%) 전진한 배럴당 68.91달러를 나타냈다.
어게인 캐피탈 소속 존 킬더프는 "이란이 과연 보복에 나설 것인지, 또 어떤 조치가 될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 위험한 베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로서 이란이 가만히 있으니 유가에서 불안감이 다소 사그라드는 모습이지만, 안도하는 것은 실수일 수 있다"면서 "중동으로의 대규모 미군 배치가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솔레이마니 사살 이후 이란은 미국에 보복을 다짐한 상태인데,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의 움직임에 따라 유가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란이 대표적인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의 생산 시설을 타깃으로 삼는다면 유가는 고공행진 할 수 있다.
RBC 상품리서치 대표 헬리마 크로프트는 "시장 참가자들 다수가 실제적인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것인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다만 시장에는 현 사태가 (큰 피해 없이) 사그라들 것이란 기대감이 자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이 감행됐을 당시 유가는 한때 8% 넘게 치솟았는데, 몇 주 뒤 사우디 아람코가 신속히 생산 시설 복구에 나선 뒤 유가는 공격 이전 수준을 회복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타이트한 석유 공급 상황과 매년 이맘때 유가가 취약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과 맞물려 진행되는 만큼 고유가가 더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씨티는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 이상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나 홍해를 통한 석유 공급 시설에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모간스탠리는 "추가적인 긴장 고조로 유가가 단기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으나, 상승분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공급 과잉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 올해 브렌트유 가격은 70달러보다는 60달러 쪽에 가까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