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채권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 주목된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의 목표치 돌파를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적극적인 대비에 나선 것.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 = 로이터 뉴스핌]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제기한 이른바 '보충 전략'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물가 상승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의 BEI(Break-Even Inflation Rate, 명목 국채 수익률과 물가연동채권(TIPS) 수익률의 차이)가 1.78%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1.47%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수치다.
반면 향후 5년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5년물 스왑 금리는 1.8%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BEI에서 드러난 시장의 기대만큼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스왑 금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사실 물가 지표 역시 지극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준 정책자들이 주시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지난달 연율 기준 1.6%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18년 12월 1.8%에서 후퇴한 결과다.
하지만 핌코와 블랙록, 프랭클린 템플턴 등 월가의 '큰손'들은 일제히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 적극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TIPS를 포함해 관련 채권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나선 것.
프랭클린 템플턴 채권 그룹의 소날 데사이 최고투자채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물가 상승 리스크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며 "TIPS의 투자 매력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핌코의 댄 이바신 최고투자책임자 역시 "시장의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지나치게 낮다"며 "물가 상승 압박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정책자들은 인플레이션의 목표치 2.0% 돌파를 용인할 뜻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중기 조정 후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1.75%에서 유지할 계획을 밝힌 한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연준은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이른바 '보충 전략'을 공식 도입, 2012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0%로 설정한 이후 가장 전폭적인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와 함께 유가 상승과 재정 측면의 경기 부양 역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완전 고용과 최저 임금 상승 등 노동 시장 움직임도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부분이다.
TIPS 매입 열기는 올들어 미국 채권시장의 커다란 추세 변화에 해당한다. 지난해 전체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자금이 2600억달러에 이른 가운데 물가 관련 채권의 신규 유동성은 약 1%에 불과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는 "소비자 지출을 중심으로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한 가운데 연준이 물가 상승을 용인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뛸 여지가 높고, 이에 대한 헤지 움직임이 확산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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