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고점 부담과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뉴욕증시가 중력을 벗어난 상승 열기를 보이자 월가는 불편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주가 급등에 이어 과격한 조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점에 안주하고 있다가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6가지 리스크 요인을 제시했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무엇보다 기업 이익이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4분기 S&P500 기업의 이익은 0.3%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 했지만 기업 이익은 후퇴했다는 얘기다. 2020년 월가의 전반적인 이익 전망이 긍정적이지만 회의적인 목소리가 없지 않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 서비스의 척 칼슨 대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경제 성장이 올해 둔화될 전망"이라며 "월가는 10%에 가까운 이익 성장을 점치고 있지만 실제 결과는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2월 미국 제조업 경기가 10여년래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되는 등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도 실물경기 한파가 여전하다.
이어 지난해 말 간신히 이른바 스몰딜에 합의한 미국과 중국의 냉전이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1단계 합의에 따라 추가 관세가 유예됐지만 교역과 경제 시스템을 둘러싼 마찰이 여전하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안 서명 후 베이징을 방문해 2단계 협상에 돌입할 뜻을 밝힌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난기류를 예상하고 있다.
이날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중국이 곡물 수입 쿼터를 높이지 않기로 했고, 이 때문에 1단계 합의마저 불안한 상황이라고 보도해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기조 역시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의 가파른 상승이 없이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레포 시장 발작을 진화하기 위한 월 600억달러 규모의 단기물 채권 매입을 종료할 여지가 높고, 이 경우 시장 유동성에 흠집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넷얼라이언스의 앤드류 브레너 글로벌 채권 헤드는 투자 보고서에서 "상반기 중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가 종료되면서 금융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리스크 역시 변수로 꼽힌다. 뉴욕증시가 탄핵 정국을 외면하고 있고, 중동 전운에 대해서도 크게 경계감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는 한편 갑작스러운 주가 반전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라는 얘기다.
이날 CNN은 올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난해 미중 무역 마찰만큼 커다란 불확실성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실물경기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 역시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됐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2018년 당시 지표가 크게 치솟은 뒤 가파른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시장 전문가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 올해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투자 심리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데 월가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날 장중 나스닥 지수가 0.1% 가량 완만하게 올랐고,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는 0.2% 내외로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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