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지난해 증권업계는 대형 증권사와 중형 증권사 간 희비가 엇갈렸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는 누적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중형사들 가운데서는 전년보다 순이익이 줄어든 곳이 적지 않다.
중형사의 수장을 맡은 다수의 장수 CEO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인사 폭이 커질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신 SK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기 만료일을 지났으나 아직 연임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 중 다수는 6년 이상 자리를 지킨 장수 CEO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12년간 사장을 맡으며 업계 최장수 CEO를 맡고있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6년째 대표를 맡고있다. 교보증권과 SK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하며 연임전망이 맑다는 평가다.
반면 6년간 CEO를 맡은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과 10년간 대표직을 수행한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의 연임 전망은 맑지만은 않다. 유안타증권의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3% 감소했고, DB금융투자는 22%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CEO 임기만료를 앞뒀던 대신증권도 순이익이 전년보다 31% 감소했지만 8년간 대표를 맡았던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최근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은 2년간 재직한 신임 사장이고 지난해 순이익도 성장했으나, 모회사 IBK기업은행의 은행장이 바뀌면서 대규모 인사 개편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대형사와 중형사간 실적이 엇갈린데 대해 채권 금리 하락으로 인한 평가이익의 차이와 IB 및 리테일 환경의 양극화를 꼽는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사들이 채권을 많이 들고 있었는데, 작년 금리가 많이 내려서 채권 평가이익이 많이 붙었다"며 "그게 대형사와 중형사 간 실적 차이가 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큰 회사일수록 IB나 리테일 역량이 더 좋으니 그 점도 부수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대형사와 중형사 간 양극화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 연구원은 "원래는 증권사들이 자본을 활용해서 하는 비즈니스를 많이 하다보니 양극화가 되던 추세였는데, 부동산PF 규제가 나온 이후에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도 올해는 시장금리가 빠지는 추세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간극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장기비전을 갖고 증권사 실적을 견인했던 장수 CEO들을 한해 실적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많은 장수 CEO들이 부임 초기 좋은 실적을 내며 회사를 끌어왔는데, 임기만료를 앞둔 한해 실적만으로 연임 여부를 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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