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이례적인 새벽 회견을 열고 "결백하다면 사법의 장에서 무고를 증명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대응은 곤 씨의 주장에 맞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빠르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곤 전 회장은 지난 8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무고를 주장했다. 그는 "내 혐의는 근거가 없다"며 닛산과 일본 정부가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공모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도주에 대해선 "내가 17년간 일했던 나라에서 인질이 된 것 같았다"며 "나는 정의로부터 도망친 것이 아니라 부정의로부터 도망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곤 닛산 자동차 전 회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모리 마사코(森まさこ) 일본 법무상은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회견이 끝난 직후인 9일 새벽 0시 40분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리 법무상은 곤 전 회장에 대해 "주장해야 할 것이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우리나라(일본)의 공정한 형사 사법절차를 통해 주장하고 공정한 재판소에서 판단을 받길 강하게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국내외를 향해 우리나라의 법제도와 운용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떠들썩하게 알리는 것"이라며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곤 전 회장이 일본의 형사제도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형사 사법제도의 일부만을 떼어내 놓고 비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일본에선 수사기관에서 독립된 재판관에 따른 심사를 거쳐 영장을 얻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체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곤 전 회장이 일본 검찰에 대해 "왜 수사 기간을 연장하고 나를 다시 체포했냐"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또한 곤 전 회장이 자신과 아내를 만나지 못하도록 일본 당국이 막은 것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었다면 아내와의 면회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모리 법무상은 이날 오전 9시경 두 번째 기자회견에도 임했다. 이 회견에서 모리 법무상은 "곤 전 회장의 비판의 많은 부분은 추상적인 것으로 취지가 분명하지 않고 근거에 따르지도 않아 (그의) 비판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곤 전 회장의 회견을 언급하며 "주장은 일방적이며 전부 설득력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레바논 정부가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일본에 넘길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레바논 정부의 판단에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일본 검찰 관계자도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지지통신 취재에서 "(도주방법을 밝히지 않은 건) 정당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유럽과 미국에서 옹호받으려면 일본을 비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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