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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슈+] 청해부대 '호르무즈 파병' 논란…'국회 동의' 찬반 공방

기사등록 : 2020-01-1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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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 작전 지역 확대 가능'
日, 美 주도 연합체 들어가지 않고 병력 독자 파견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정부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응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파병을 추진할 경우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도 분분하다.

한미동맹에 대한 기여, 우리 선박의 안전, 전쟁 발발 가능성, 이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파병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은 정부는 지난 9일 비교적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열린 기자단 만찬에서 "청해부대 활동에 우리 국민 보호가 포함돼 있으니 그렇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 30진 해적대응훈련. [사진=해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별도 국회 동의 없어도 우리 국민·선박 보호목적 파견 가능"

이달부터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임무지를 옮겨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하는 방안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정부 고위 당국자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방안은 직선거리 1800km, 뱃길로 나흘 걸리는 아덴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위치를 활용하면서도 해외 파병에 필요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으로 평가된다.

원칙적으로는 해외 파병을 위해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우리 헌법 제60조 2항에는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정부가 해외에 파병 부대를 보내기 위해선 우선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제출하고 설명하면 국방위원회에 회부되고 이후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과반 이상의 투표로 통과되면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결정이 난다.

정부는 청해부대 활용 방안은 이 절차를 사실상 생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청해부대 파견 연장안에는 파견 지역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규정돼 있으나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조건이 붙어 다른 지역으로의 파견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쟁점이 될 수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선박이 많이 지나는 만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대규모를 기존에 명시된 320명 이내로 한다면 충분히 국회 동의 없이도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청해부대의 활동은 이미 국회의 동의를 받아서 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작전 범위를 넓히는 것이라면 국회 동의는 필요 없다"며 "혹시라도 지역에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이라는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이 아니라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한국 정부 자체 결단이라는 명분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라크에 우리 국민 1600명, 이란에 290명, 그중에서도 테헤란에 240명이 있다"며 "정부 결정이 (이들의 안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각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해상자위대를 보내기로 의결한 일본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 지휘통제부의 편제에 따르지 않고 독자 파견 형식을 취한다. 규모는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를 포함한 260명으로 청해부대 부대규모로 명시된 320명보다 적다.

[안바르주(州)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8일(현지시간) 촬영한 미군 주둔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피해 현장. Planet/Handout via REUTERS. 2020.01.08. bernard0202@newspim.com

◆ "이란과 적대하는 파병, 국회 동의 절차 없으면 안 돼"

다만 청해부대를 활용한 호르무즈 파병이 국회 동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항목이 있더라도 해적소탕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청해부대가 호르무즈로 향하면 사실상 임무를 변경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파병 결정이 이란을 자극해 오히려 우리 국민 안전을 해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등 파병 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를 찾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우리 국군 파병 역사로 볼 때 가장 위험한 파병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익과 안전을 위해 파병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청해부대 파병 연장안을 가결한 건 해적 퇴치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해적 퇴치용이 아닌 이란과 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 절차 없이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는 준전시 상황이며 우리와는 경제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은 호르무즈에 병력을 보내지 말라며 강력 압박에 나섰다.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는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경우 "단교까지도 고려할 정도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타국이 군사활동을 하게되면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한국 기업이 이란 시장을 잃을 수 있고 이란 국민이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펼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도 이란과 소통할 필요성이 있다"며 "미국과 이란의 단순 중립을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이란에 군사적 긴장을 높이면 안 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안 된다는 차원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락장교 파견이 군사적 행동으로 간주된다는 지적도 있으나 국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전투요원이 아니며 상대국과의 협조 차원의 파견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선행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파병을 포함한 중동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일 외교장관회담을 하며,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도 추진 중이다.

heog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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