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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기의 물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안해"

기사등록 : 2020-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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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권리행사방해' 사건 피고인 무죄 취지 파기환송
1·2심 판결 뒤집혀…'자기의 물건'에 대한 법리 오해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명의신탁을 통해 강제경매에서 부동산을 매수한 자가 열쇠로 그 부동산의 점유를 취득한 것이 형법 제323조에 규정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주식회사가 피고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권리행사방해, 건조물침입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2019.01.22 leehs@newspim.com

A회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건물 501호를 점유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고, 피고인 B씨는 2017년 7월 12일 강제경매를 통해 아들인 C씨의 명의로 건물 501호를 매수했다.

B씨는 2017년 9월 5일 새벽 1시 20분 경 피고인의 아들이 건물 501호의 소유자라는 이유로 창문을 열고 임의로 들어가 피해자 회사가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했다. 또 B씨는 같은 날 새벽 6시 경 열쇠수리공을 불러 건물 501호의 잠금장치를 변경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피고인 B씨게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을 판결했다. 건물 501호에 대한 점유를 침탈해 A회사의 유치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게 판결 요지다. 피고인 측이 A회사가 501호에 대한 점유를 상실해 유치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지만 심리 결과 A회사의 유치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내려진 점 등을 고려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건물 501호에 들어갈 당시 A회사는 여전히 해당 건물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A회사의 유치권 행사를 방해한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피고인의 권리행사방해죄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한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2017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대법은 "피고인이 건물 501호에 대한 A회사의 점유를 침탈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물건에 대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피고인이 건물 501호에 대한 점유를 침탈한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의 '자기의 물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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