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한국 유니콘이 국내 상장을 꺼리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밸류에이션 차이입니다. 해외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기업가치와 국내 투자자가 낼 수 있는 가치에 갭이 있습니다. 평가액이 높은 곳으로 가는건 당연한 일이죠. 국내에서 제값을 못쳐주는 문제라기보다 해외가 시장이 넓고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입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
"해외상장을 희망하는 유니콘 기업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과거에도 넷마블과 삼성바이오 등 대형 비상장사들이 해외시장에 안 가고 한국 시장에 상장한 이유가 있습니다. 개별 기업과 접촉해 코스닥 시장의 장점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한국 시장 상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상장했을 때의 소송 리스크, 매년 수십억의 유지 비용 등과 비교해 한국 시장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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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는 국내 최대 음식배달 앱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의 국내 상장 유치 기회를 놓친데 이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 1호인 '쿠팡'까지 놓칠 위기에 처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상장 대신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40억달러(한화 4조7000억원)로 매각되면서 독일 증시에 상장된 효과를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일 쿠팡이 2021년 상장을 위한 개편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쿠팡은 창업 이후 줄곧 나스닥 입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왔다.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않거나 상장을 하더라도 해외 증시에 눈돌리는 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장외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기업공개를 통해 불특정다수에게 자금을 조달할 니즈가 적어졌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한국 시장에 국한되기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투자자와 연계되길 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해외 증시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차이는 개별국가 거래소의 의지로 극복하기 어렵다. 미국 증시의 경우 시장이 넓고 투자자가 많아 개별 기업에 대한 분산투자가 넓게 이루어져 밸류에이션 수준을 높게 줄 수 있지만, 국내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분산투자가 많이 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의 시장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박용린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제시할 수 있는 기업가치 평가액이 우리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인 것은 분명하니 당연히 그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면 유니콘이 되기 힘든데 플랫폼은 더더욱 지역이나 국가에 제한되고 싶지 않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홍콩거래소 대신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선택한 사례를 들어 국내에서도 IPO를 할 유인이 될 인센티브를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경영권 방어 제도다.
그러나 차등의결권 도입은 대기업의 편법 상속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 등 많은 논란이 있다. 지난해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대상이 제한적이라 실효성은 적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개별 기업에 접촉해 코스닥 시장의 장점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유니콘 기업의 상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시장에 상장했을 때 매년 수십억의 유지비용이 드는데 반해 한국의 상장 유지 비용은 몇백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에는 소송 리스크가 크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해당 위험이 적단 점도 중요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유니콘 기업에는 제도권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니콘 기업 관계자를 최대한 만나서 설득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코스닥이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 돼 유니콘 기업의 후발주자들도 제도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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